“나는 ‘봄날은 간다’를 보고 나와 거리를 걸어가며 그 어느 해를 떠올렸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헤어져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여자의 태도였다. 너무도 쌀쌀맞은 아니 찬바람이 씽 불 정도로 냉랭한…, 그녀는 왜 그랬을까. 지금도 모른다. 그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른다.”
영화 비평은 평론가나 영화담당 기자의 몫만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날카롭고 분석적인 평론가의 글보다 영화에 대한 적당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 팬의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자칭, 타칭 영화광이며 시집 ‘섬진강’ 등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의 영화이야기 두번째 편이 출간됐다.(이룸)
김수영 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등을 수상한 경력에 현재는 전라북도의 한 시골초등학교의 선생님인 저자는 쉽고 솔직한 영화평을 마치 친구들과 대화하는 듯 편한 어투로 전해준다.
그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좋은 영화’는 영화의 가능성, 삶의 모든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오아시스’(감독 이창동)와 색다른 환경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가르쳐주는 ‘집으로…’,가상을 완벽하게 현실화한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 등.
한편 시종일관 줄거리를 따라다니느라 힘이 부쳤다는 ‘취화선’이나 현실과 거리가 먼 인물들과 엉성한 구성이 실망스러웠다는 ‘피도 눈물도 없이’, 철딱서니없는 아이들의 실없는 농담 따먹기 같다며 불평하는 ‘달마야 놀자’는 그 반대에서 있는 영화.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저자는 그가 본 영화들에 대해 이유없는 칭송이나 무책임한 비판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영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편. 책을 읽는 이들은 저자의 지나간 사랑 얘기나 노령의 어머니 이야기, 아내와 나눈 대화, 나이 들어감에 대한 감상 등을 공유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는 이영애, 전도연, 심은하, 조재현, 최민식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들에 대한 의견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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