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보톡스에 중독되는 사람들

시몬느 보봐르는 ‘제2의성’에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성에 천착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가꾸어 가야 한다는 말이다. 주체적이고 자신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내면을 살찌우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외모 지향주의가 성행하고 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외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가 강하지만 외모만을 중시한 나머지 지방흡입수술, 얼굴성형수술 등이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름살 치료제로 알려진 보톡스 시술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친한 사람들끼리 보톡스 계를 조직해 무리지어 병원을 찾는가하면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시술을 받고있다.

일반인들에게 보톡스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주름살 제거에 탁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보톡스는 정제된 독소 1g으로도 수백명의 사람을 호흡근 마비로 죽게할 수 있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가공할 만한 신경독소다. 정제된 소량의 보톨리늄 독소는 8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안전성을 공인 받았으며 의료계에선 제2의 페니실린으로 불릴 정도다.

그럼 보톡스는 얼마나 안전한 것일까. 체중 70kg의 성인의 경우 치사량은 한번에 보톡스 30병 정도를 주입해야 하며, 이상 증상이 나타나려면 5병 이상을 맞아야 한다. 얼굴 전체의 주름살을 치료한다해도 60 Unit(한병 100 Unit)를 넘지 않으므로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근무력증 환자, 알부민에 과민반응이 있는 자, 수유부, 임신부, 14세 미만 어린이는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며칠 전 코널 의과대 데이비드 베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보톡스를 맞고 무심결에 표정을 지을 경우 새로운 주름살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톡스가 주름살 치료에 효과적이며 안전하긴 하지만 의사와 환자 모두 치료할 때 새로운 주름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불행은 스스로 만족함을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주름살을 주사 한방으로 없애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잘 가꾸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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