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기제를 바꾸자'

학교에서 교육의 편의상 학년을 세분한 일정한 기간을 학기라고 한다. 한국의 ‘초·중등교육법 제24조에 학교의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로 되어 있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학기)에는 법 제24조 제3항에 학교의 학기는 매 학년도를 두 학기로 나누되 제1학기는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제2학기는 9월 1일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가입 191개국 가운데 두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9월 신학기제를 택하고 있으며, 3월 신학기제(新學期制)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이고 일본은 4월 신학기제로 운영하고 있다. 3월 신학기에는 일본이 점령했던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심어 놓은 교육제도의 하나이고, 일본이 만든 세계 유일한 학제다.

1945년 8·15광복과 더불어 신학기를 9월부터 2월까지, 다음 학기를 3월부터 8월까지로 개정한 후 1950년에 신학기를 9월에서 4월로 변경하였고, 1961년 교육법 개정에 따라 학년초를 3월로 변경하였다. 그 후 여러번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육 개혁을 외쳐왔지만 아직까지 학기제는 막부(幕府)시절부터 전래되는 ‘천황 제(祭)’와 연관이 있다는 설이 있는 일본의 학기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일본이 패망한 후 3월 학기제를 사용했던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구식의 9월 신학기제를 모두 바꾸었다. 유독 한국만이 3월 학기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나라는 어떤가. 3월에 새학기를 시작해 6월말에서 7월초까지를 전후로 1학기가 끝나며, 이어 여름방학이다. 2학기는 9월부터 11월 중순이나 12월까지다. 겨울방학은 1~2월이고, 며칠간의 봄방학을 한다. 3월 학기제는 9월 학기제와 시간적으로 맞지 않아 학기제를 달리하는 나라들과 전반적인 교육 활동을 공유할 수 없는데 문제가 있다. 학문 교류, 연구 활동, 입학 문제 등 모든 것이 9월 학기 중심으로 짜여진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학술 세미나 같은 것도 12월 중순부터 1월 초순 사이 20여일간 집중되어져 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중등도 마찬가지이고 대학 입시 일정이 다른 것도 문제다.

여름방학 이용도 쉽지 않다. 9월 신학기제를 운영하는 나라들은 가급적 여름철에 학술 대회를 피하고, 가족과 여행하며 즐겁게 지내거나 9월부터 시작되는 신학기를 준비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학문 교류가 어렵다. 그래서 교환교수로 가도 학기 중간에 걸려 시간만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두가 다른 나라와 정반대로 학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이익이다. 중등학교나 대학의 유학생들도 학기를 맞추지 못해 시간을 낭비하기는 똑같다.

우리는 무슨 이유로 현행 제도(3월 신학기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인가. 어느 정권 때는 거론됐으나 혼란이 야기된다며 흐지부지 했고, 그 후 우물쭈물하다가 오늘날까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개선해야 옳지 않을까.

9월 신학기제 도입은 학문 연구와 국가발전적 측면에서도 이익이 많거니와 시간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도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학문의 세계가 ‘글로벌시계’에 맞추어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각종 국제 행사를 비롯해 해외 대학과의 학문 교류에도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될 것으로 보이고, 유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에 따른 이익과 수확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이다.

9월 신학기제는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입학 시기 조정뿐 아나리 사회 전반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더 나아가 교육부 등의 배타적인 각종 제도가 자연스럽게 개설될 전망도 엿보인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교육 개혁차원에서 깊이 논의하고 검토해 볼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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