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구지하철 참사 잊어선 안돼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해 나라가 발칵 뒤집힌 요즘, 연일 안전대책과 책임소재를 놓고 끝없는 공방이 일고 있다. 특히 대구지하철 경영진의 녹취록 조작과 상황실 직원들의 안일한 대응등의 소식을 접할때면 분통 터질 만큼 화가 치민다.

지난 달 대구 지하철 참사현장을 방문했다. 대구 중앙역은 유가족들의 오열로 그야말로 초상집이나 다름 없었다. 지하철입구에서부터 승강장까지는 화마가 할퀴고간 상흔만 남아 있었다. 200여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이번 지하철 참사, 누구의 책임을 따지기 앞서 왜 우리는 이같은 대형참사를 해마다 겪어야 하는지, 안전대책은 없는지, 경제성장으로 봐서는 분명 선진국인데 사고가 터질때 마다 우리나라는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대구지하철 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녹취록과 모니터 화면등을 조작했는가 하면 가장 중요한 화재현장을 수사가 진행되기도 전에 물청소를 했다는 것에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또 1080 기관사의 안전조치에도 의구심이 많다. 분명 화재가 발생해 시커먼 연기와 불꽃이 승강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도 열차를 멈추거나 중앙역을 통과하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전동차를 중앙역에 정차해 놓은 후 충분히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많은 생명을 잃게 했다는 것은 결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참사가 대구 중앙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도권일대 모든 지하철에는 이같은 대형참사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하철의 안전문제가 재검토 되겠지만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은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는 우리의 의식이다. 그동안 우리는 예산문제를 운운하면서 안전은 뒷전이었다. 이같은 정책으로 인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물론 여러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등이 발생했을 때 온 국민들이 앞으로는 이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된다며 장치마련을 요구해 왔고, 정부는 절대 대형 참사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6개월내지 1년이면 언제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망각의 늪으로 빠져 버린다. 그리고 또다시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대구지하철 참사 문제가 해결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사고가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대구지하철 참사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서는 안된다. 국가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부모와 아들, 딸들의 소중한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정부는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기관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고, 다시는 이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는 대구지하철 참사의 불행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만이 우리가 안전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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