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9개월의 반성문

시의원으로 활동을 해온지 9개월이 지났다. 의정활동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내 생활을 되돌아보면 긴장의 연속이었다. 초선이기에 여기저기 물어보고, 뒤져보고, 배워가며 해야할 일들이 많았다.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예산심의도 힘들었지만 행정사무감사도 만만치 않았다.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각종 행사에도 빼놓지 않고 다니려 애썼다.

하지만 한편 자책감도 생긴다. 출마할 때 내세웠던 공약들은 주민들에 대한 약속일 뿐만 아니라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인데 대부분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나의 게으름도 원인이지만, 시의원으로서 깊이 있게 정책을 연구하고,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데도 원인이 있다.

나는 원천체육공원을 주민들의 공동체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동체를 강화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마을을 문화와 인정이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조바심만 일어날 뿐 구체적인 시도를 못하고 있다. 또 대중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마을에 대형 온천과 상가가 들어섬으로써 생겨나는 교통 혼잡과 주거환경의 문제를 주민들의 입장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주민설명회도 마련해 보았지면 해결책은 쉽지않다.

시의원으로서 권한의 한계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의원의 중요한 역할은 정책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조례제정을 통해서 현실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동보육조례와 아파트관리운영지원조례를 만들것을 약속했고, ‘이 일만은 꼭 하겠다’고 다짐했다. 관련 분야의 책을 읽고, 타 시군의 조례도 검토해 보지만 정작 조례 제정까지는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나는 9개월간의 활동을 반성하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항변과 요구가 있다. 시의원이 전문적으로 정책을 연구하고 활동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시의원의 활동을 자문하고 보좌할 수 있는 보좌관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방안중 하나이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약속을 이행하고, 시의원으로서 해야할 일들을 다 하기엔 분명 짧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부지런히 주민들을 찾아가 지혜를 배우겠다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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