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전쟁이후

최대의 현안인 이라크 전쟁이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 특히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쟁이 가지는 인류사회의 파괴는 다음으로 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이라도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라크전과 비슷하며 단기전으로 끝난 1991년의 걸프전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KOTRA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전쟁 중인 1월과 2월에는 대중동 수출이 대폭 감소하였으나 종전 이후 완만하게 증가하고 연말에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1991년 한해 동안의 연간 대중동 수출 증가율은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쟁의 승패와 관련된 결과보다도 전쟁이 지속되는 기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사실 때문이다.

처음의 기대와 같이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이 끝난다면 침체되어 있는 세계경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우리 경제도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내부를 살펴보면, 이라크 전쟁이 끝난 이후에 오히려 더 직접적이고 어려운 해결과제가 남아있다. 북한 핵문제, 경기침체, 가계부채 그리고 SK글로벌 사건으로 표면화된 기업들의 분식회계 등과 같은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들이 이라크전쟁으로 수면 이하로 잠시 숨어있는 상태이다.

전 세계가 이라크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에 우리는 내부의 걸림돌들을 제거할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이라크 전쟁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북한문제의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쟁에 전념하는 미국이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국제적 문제로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비록 일반 국민의 분위기는 외국에서 놀랄 정도로 북한 핵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지만, 정부차원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를 단순히 꾸짖거나 달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국가경영의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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