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설문조사에 응하기만 하면 추첨을 통해 컴퓨터, 핸드폰 등 고가의 상품을 준다는 것을 보았다. 언제부턴가 어린이날이 선물 행사로 치러 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얼마 전 몸에 자주 멍이 드는 아이를 담임선생님이 데려와 상담 한 적이 있다. 인사를 나누는 동안도 그 애는 잠시를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이 아이에게 급한 것은 혼자가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일이었다. 어미의 마음으로 대해 주다 보니 다행히 잘 따라 주어 꽤 안정이 되어 가기에 잠시 잊었던 아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1391(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매 맞고 발가벗긴 채로 쫓겨 난 아이를, 잦은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보다 못한 이웃이 신고를 했다고 한다.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나빠진 상태였다. 누가 제일 보고 싶으냐고 물어 보았다.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요”하더니 전에 흥미를 보이던 게임들도“관심 없어요”라고 했다. 학대받는 아동 75%가 11세 이하이고 가해자는 80%가 친부모라지만 전화 통화를 해본 아버지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세상살기 힘들어서’라며 별일이 아니라고 했다. 다행히 피해 아동은 1391이 생겨서 돌본다지만 때리는 이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어린이날’행사가 각종 선물 사업으로 호경기를 누린다지만 발가벗겨서 찬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아이에게는 먼나라의 일 일뿐이다. 해마다 요란한 기념행사들을 보는 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평범한 가정에서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무심했던 만큼 이날을 빌려 선물공세로 면죄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버릴 수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닌 부모를 이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
아이를 아버지와 격리시켜 보호, 치료를 하고는 있지만 분노와 절망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에게 지금 당장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 내 자신이 얼마나 초라하든지 센터를 나오는데 5월의 하늘은 높고 따사로웠지만 그렇게 쓸쓸할 수 없었다.
/권은수.경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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