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이의 행복' 어른이 만든다

아동은 누구나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서 가정과 사회의 관심과 애정으로 길러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학대받으며 살아가는 아동들이 적지 않다. 이들 아동들은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에 의해 방임되고 유기되고 신체적, 정서적, 성적, 언어적으로 폭력을 당함으로써 심각한 상처를 받고 정상적인 성장이 저해되고 있다. “어린이는 모든 형태의 학대, 방임 및 착취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유엔 어린이 권리선언이 무색해진다.

보건복지부가 작년 한해동안 아동학대 신고전화 ‘1391’을 통해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피해 아동의 약 75%가 만 11세 이하이고 가해자의 80%가 친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유형으로는 아이를 굶기고 제대로 입히지 않거나 오랜 시간동안 위험한 상태에 방치하는 방임형 학대가 36%로 가장 많았다. 학대 사례로는 매일 주먹과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골방에서 재우거나 학교에 보내지 않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뜨거운 다리미와 불에 달군 쇠젓가락으로 몸에 화상을 입히거나 남편의 외박에 대한 불만으로 추운 겨울날 아이를 발가벗겨 대문 밖에 세워두는 경우와 같이 도저히 믿기 어려운 사례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한 아동들은 신체, 정서, 그리고 행동상의 장애를 나타낸다. 특히 행동장애가 심해지면 공격적 행동이나 절도 등과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인생을 비관하고 사회생활에서 부적응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성적 학대는 정신적 고통으로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자녀를 갖지 못하는 불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동학대를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크게는 구조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가정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가족간의 의사소통 부재와 가정불화, 이혼, 실직, 경제적 어려움, 한부모 가정, 소외의 문제 등이 있다. 개인적 요인으로는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그릇된 자녀관과 체벌을 당연시하는 훈육관, 자녀양육지식 및 기술 부족, 부모 자신의 어린 시절 학대받은 경험, 부모의 감정조절 능력 미숙, 부모의 알코올 또는 약물중독, 그리고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욕심 등을 들 수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동학대를 근절시키기 위한 법과 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아동학대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아동학대 행위를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의 원인이 대부분 부모와 가정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있기 때문에 올바른 가정생활과 바람직한 양육태도에 관한 부모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아동학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이의 행복은 어른들이 만든다. 마찬가지로 아동의 인권도 어른들에 의해 지켜진다. “내 아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다”거나 “남의 아이니까 무관심해도 된다”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부도덕성으로 아이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학대받아서는 안된다. 더욱이 부모 혹은 자녀에 의해 가정이 무너지고 인성이 파괴되면 그 피해는 결국 사회가 떠맡게 된다. 이제 아동학대는 더이상 어느 한 가정, 한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며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혜금.동남보건대학 보육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