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이젠 장마 대비를...

요사이 TV를 통해 보여진 사람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반팔 여름옷에 얼음과자를 하나씩 들고 있는 여름풍경 그대로의 모습이다. 정말 요즘 날씨는 비도 잦고 기온도 높은 한마디로 여름날씨 그대로다.

이맘때가 되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마철이다. 우리는 그동안 해마다 물난리를 겪어 왔으며, 그때마다 대비책이 부실하다는 듣기 민망한 지적을 받아오곤 했다. 96년에도 그랬고, 98년 수해때도 그랬으며, 지난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장마 걱정을 하다보니 오래전 어디선가 읽은 홍수와 관련된 인도 얘기가 생각난다. 참바랑이란 인도 어느 지방에서도 여름이면 거의 매년 홍수를 겪다시피 하는데 심할 때는 수위가 6m나 되는때도 있다.

이때 키가 1.5m 정도 밖에 안되는 보통 벼는 모두 물에 잠겨 농사를 망치기 일쑤지만, 유독 이곳 참바랑에서 자라는 벼는 그 줄기가 홍수 높이보다 조금씩 높게 자라 벼이삭이 물에 잠기는 일 없이 홍수로 인한 피해를 거뜬히 면하곤 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닥치는 물난리는 그때마다 범람하는 물의 높이가 다르게 마련인데 이 참바랑 지방의 벼는 매년 어떻게 홍수의 높이를 미리 알아차리고 줄기를 키워 벼이삭을 보호하는 것인지 이곳 사람들도 그저 신비롭게만 생각될 따름이란 것이다.

어찌됐건 참바랑의 벼는 이렇게 경이롭고 불가사의한 힘이라도 있어 스스로 장마를 대비한다지만, 우리네 인간들이야 제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만물의 영장이며 생각하는 갈대라고 자랑 삼지만, 참바랑의 벼와 같이 장마나 홍수를 이겨낼 신통력이 없으니 오직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최선을 다해 살피는 길 밖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겠다.

그간의 점검, 경험을 통해서 장마철엔 어디가 취약하며 어떤 조치가 필요하고 무엇을 살펴야 할지를 우리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귀신 앞에 시루떡 얘기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차분하게 우리의 생업, 우리의 본분을 통해 장마대비를 위해 성심을 다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박영권.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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