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을 연 새 전시장을 찾았다. 이전 건물을 헐고 새롭게 지어올린 이 건물은 인사동 한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2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갤러리다. 화랑이 20~30년쯤 되면 그 연륜에 걸맞는 안목과 권위와 기품이 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대부분의 상업화랑들은 그저 ‘구멍가게’라는 느낌이 든다. 손님이 원하는 것만 갖다놓는 비교적 편한 장사 말이다.
한국의 상업 화랑들은 일반대중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 지명도와 장식성을 갖춘 그림들만을 대부분 다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상업화랑들은 자기 화랑이 다루는 작가들이 변함없이 정해져있는 편이며 그 수도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비교적 유명작가, 대학교수작가, 상업성이 있는 작가, 집안이 부유하고 그 친척들이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는 작가 등이 선호된다. 그러다 보니 한 작가가 여러 화랑에서 번갈아 전시를 하기도 하고 잘 팔린다는 소문이 난 작가들만이 화랑에서 다루고자 한다. 각 화랑들마다의 독특한 색깔과 기호, 취향이 부재하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기 색깔과 감각을 지니며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좋은 작업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정보를 주고 교육을 시키는 화랑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하1층과 지상 4층을 전시공간으로 쓰는 커다란 이 화랑에 신축 기념전으로 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S대교수인 작가의 작업들이 전 층을 가득 채워놓았다. 우리 화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빈번한 전시활동을 한 작가다. 다소 욕심이 많다 싶을 정도로 빼곡이 건 작품들을 보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방 벽을 뺑 둘러 갖가지 꽃과 난 화분들이 도열해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이 무슨 전시장인지 혹은 화원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화랑주나 작가는 그처럼 많은 화분의 수가 작품의 질과 작가의 위상, 권력을 상징적으로 대변해 준다고 여겨서일까? 그 화환과 화분으로 전시장에 오는 이들의 기를 죽이고자 하는 걸까? 난 화분의 수에 비례해 작가의 유명도와 작품의 수준이 가늠된다고 소박하게 여기지는 물론 않겠지만 전시장 벽에 커다랗게 도배해놓은 인터뷰신문기사와 너무 많은 화분의 이 기이한 배열이 내겐 너무 황당해보인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미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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