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미술작품 사들이기에 열광하는 이유

얼마 전 국제화랑에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빌 비올라라는 작가의 개인전이 있었다. 영상작업으로 벽면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이미지를 접하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설치된 영상작업이 대부분 팔렸다고 한다. 비디오 작업도 판매가 되며 이를 소장하겠다는 콜렉터(수집가)들이 한국에도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세계적 명성을 지닌 유명 작가의 작품이기에 사둔다면 그만한 값어치를 할 것이라고 예상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비디오 작업도 좋다면 기꺼이 비싼 가격도 마다하지 않고 사들일 정도의 안목과 이해가 있어서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해 그 작품이 그렇게 뛰어나며 국내작가들의 작품보다 큰 의미가 있는지 나로서는 좀 의아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목, 취향으로 작품을 구입하기보다는 귀에 의존해 사들인다. 귀로 작품을 보는 것이다. ‘눈’이 없으니 명성과 화랑주들의 입 발린 소리에 현혹된다. 신문이나 잡지에 커다랗게 실린 기사로 화랑 벽면을 가득 도배를 하고 바닥에는 온갖 화분으로 둘러친 전시장은 흡사 겁을 주는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외국작가들이 한국에서 전시회를 갖기 위해 난리들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외국작가작품이라면 사족을 못쓰거나 아니면 유명세에 휘둘리는 미술시장의 허약성의 방증이기도 하겠다.

사실 우리 미술시장에서 작품을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콜렉터의 숫자는 지극히 적다. 기껏 3천명을 못 넘을 것이다. 반면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공급은 수요를 넘어선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등한 대표적 시장이 바로 미술시장일 것이다. 사겠다는 이는 거의 없고 팔겠다는 사람만 흘러 넘친다.

귀로 보지 말고 철저히 눈으로 볼 것, 아울러 유명세나 투자가치로 인식하지 말고 자신의 감각과 취향에 따른 수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눈이 높아져야 하고 감각이 예사롭지 않아야 한다. 그만큼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하며 정확히 읽어나갈 수 있는 식견이 뒤따라야 한다. 돈만 있다고 되는 문제가 아닌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안목과 감각이다. 미술품 수집에 앞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섬세하고 뛰어난 취향과 기호의 결이다. 그런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사유의 깊이나 자신만의 독자한 삶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박영택.미술평론가,경기대 미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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