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어언 12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나 아직도 우리의 지방자치는 여러 면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지역특수성을 고려치 않은 획일적인 규제와 행정체제로 인해 지방자치의 본질인 자율성을 저해하고 원활한 행정수행을 가로막음으로써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참여정부에서는 지방자치 발전이 곧 국가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라는 인식 하에 지방자치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지방분권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행정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행정수행에 애로를 겪고 있는 행정구가 있는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에 대해 일부분야에 특례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본의 지정시(가칭)제도 도입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32개(시74, 군89, 구69)의 기초자치단체가 있으며 이 중 행정구가 있는 50만 이상의 대도시는 9개시(수원·성남·부천·안양·안산·고양·청주·전주·포항)가 있다. 인구 10만 미만인 자치단체는 92개(시7, 군80, 구5)나 되며 3만이 채 안 되는 곳도 9개 군이나 된다.
대도시와 소도시, 도시와 농촌은 행정수요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직, 인사, 재정, 지역개발(도시계획) 등에 있어 기초자치단체에 법령을 획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도시들은 크게 증가하는 다양한 행정수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대도시가 406명(전국평균 216명)으로 전국평균의 2배 정도가 많다. 수원시 인구는 103만으로 울산광역시 106만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으나 기구·정원에 있어 울산광역시(9국 37과 4,016명)가 수원시(5국 23과 2,181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수원시 인구는 금년 말이 되면 울산광역시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구 100만 전후의 대도시와 몇 만명 밖에 안되는 시·군이 똑같이 획일적으로 법령의 적용을 받는 우리의 불합리한 현행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지역개발분야만 하더라도 도시계획시설을 비롯해 교통시설, 도시공간시설 등 무려 20개 사항이 광역자치단체의 승인사항으로 되어 있어 다변화하는 도시환경에 적절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행정구가 있는 대도시는 시 자체 내에만도 시-구-동의 3개 행정계층이 있다. 도-중앙까지 합치면 5개 계층이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4개 행정계층을 3개 계층으로 축소하는 문제가 공론화 되어온 터에 5개 계층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
9개 대도시는 독자적인 문화·경제생활 여건을 갖춘 자족도시로서 권역별 거점도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오고 있다. 수원시 등 일부 대도시는 광역단체에 버금가는 행정수요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몇년 안에 수원시를 제외하고도 인구 100만에 이르는 대도시는 성남·고양·부천시 등 여러 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도시로부터 계속 광역시 승격요구가 이어질 것이다. 광역시 설치는 대도시들이 광역자치단체의 관할에서 빠져나감으로써 기존 광역자치단체의 존립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대도시들을 현행제도의 틀에 계속 묶어 놓으려고 고집하는 것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화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들 도시에 대한 문제해결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에 지정시제도는 광역시 설치로 인한 폐단을 줄이는 동시에 대도시들의 광역시 요구를 잠재울 수 있는 것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본 제도는 광역자치단체의 관할 하에 있으면서 조정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의 반대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대도시들은 계속적인 도시팽창으로 행정수요는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획일화되어 있는 자치제도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지정시제도의 도입은 현행 자치제도의 발전적인 보완을 통해 대도시는 물론 우리의 지방자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시대적 요청임을 올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신중대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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