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팔당호 퇴적물 처리에 대한 제안

지난 날 우리 어머니들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항아리에 부어 넣기 전에 항아리를 먼저 깨끗하게 씻으셨다. 깨끗한 물이라도 며칠 고여 있으면 미세한 점토 같은 물질이 바닥으로 가라 앉기 때문이다. 따라서 팔당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밑바닥에 쌓여있는 유해퇴적물의 제거는 필수사항이다.

팔당호는 무엇인가. 인공적으로 만든 엄청나게 큰 항아리, 또는 납작한 그릇과 같은 것이다. 물의 일부분은 댐을 통하여 하류로 방류한다. 댐은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인공적으로 막은 것이다. 그러므로 팔당 바닥에 쌓인 퇴적물질은 홍수와 같은 자연적인 힘에 의하여 청소되지 못한다. 당연히 일반 하천보다 훨씬 빨리 퇴적작용이 일어나 밑바닥에 쌓인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식수 항아리 같으면 밑바닥에 무엇이 쌓여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 볼 수가 있겠지만, 팔당호는 대단히 넓은 호수라는데 있다. 즉 이 큰 호수의 바닥에서 유해퇴적물이 쌓여 있다면 도대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얼마나 많은 양(두께)이 존재하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환경관련 연구기관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팔당퇴적물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넓은 팔당호의 극히 작은 부분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진정으로 호수바닥의 유해퇴적물 분포를 과학적인 기법으로 샅샅이 조사된 일은 없다. 즉 그동안의 연구조사는 일종의 예비 조사연구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병이 들었다’ 는 것은 알았는데 ‘내 몸의 어느 기관에 어떻게 어느 정도 병이 들었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과 같다.

최근 또다시 팔당호의 퇴적물 제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옳은 말이다. 하나 팔당호 전반에 걸쳐 유해퇴적물의 분포와 그 두께와 그 양을 파악하기 위한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호수의 퇴적물 제거는 대수술을 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수술을 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정밀진단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더욱이 여기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은 호수의 유해퇴적물은 자연계의 장구한 지질시대를 통하여 형성된 원래의 퇴적물과 구분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퇴적물, 즉 모래층이나 자갈층과 같은 것들은 생태계의 건강을 위하여 절대적으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보물이다. 혹시, 어떤 기관에서 유해퇴적물 제거를 빙자하여 생태계의 보물인 모래와 자갈을 채취할 흑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므로 팔당호의 유해퇴적물 제거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팔당호의 바닥을 지구물리학적 지질광상학적 기법을 응용하여 샅샅이 조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연계에서 형성된 원래의 퇴적물과 산업체로부터 발생되어 유입된 유해퇴적물을 구분하고, 유해퇴적물의 입체적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정밀 진단·조사가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유해퇴적물 제거에 대한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즉 자갈과 모래는 깨끗이 닦아서 제 자리에 두고, 유해물질은 제거하는 이원화된 접근방식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김동렬.(주)바투환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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