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자녀와 코드 맞추기

요즘 ‘코드’란 말을 많이 쓰고 있다. 부정적인 면으로 유행은 하였으나, 순수한 ‘코드 맞추기’만을 생각한다면 인간과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그 동안 강자의 입장에 섰을 때는 내 코드에 맞추기를 강요하고 약자의 입장에 섰을 때는 상대방 코드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하며 살아왔다.

올해 초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우리나라는 자녀의 일을 결정할 때 주체가 되는 자녀를 철저히 소외시킨 채 결정하는 아동 권리 침해 사례국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런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여 자녀를 위한다는 미명으로 부모의 코드에 무조건 맞추라고 한다.

이런 반면에 자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녀를 소황제로 떠받들어 자녀의 코드에 맞추며 지내는 부모도 있다. 이렇게 자란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의 코드에 맞추어 살던 자녀는 자신의 소신도 없이 타인의 코드에 맞출 것이고, 부모가 코드를 맞추어 주던 자녀는 타인이 자신의 코드에 맞출 것을 강요할 것이다.

코드 맞추기에 대한 논란에 앞서 올바른 코드를 지녔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올바른 코드란 앞날의 비전을 위하여 일정한 원칙과 기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독선적인 코드가 아니라 민주적인 통로를 지닌 코드, 경직된 코드가 아니라 유연성을 지닌 코드, 획일적인 코드가 아니라 개성과 다양성을 고려하는 코드이어야 한다.

‘코드 맞추기’를 자녀에게 강요하기에 앞서 부모 자신이 올바른 코드를 지니고 있다면 자녀들은 강요하지 않더라도 존경심과 신뢰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코드를 맞출 것이다.

우리는 코드(code) 맞추기를 코드(cord:끈)로 묶어 강요하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노래(비전)를 자녀와 함께(참여) 끝까지(일관성) 음정(원칙), 박자(기준), 강약(유연성)의 코드(chord:화음)를 맞추어 가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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