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힘겨울 때, 나는 가끔씩 러시아 노래를 찾아 듣곤한다. 가슴 아래로 스며드는 그 무엇 때문에.
러시아 노래에는 우리와 상통하는 시베리아 문화권의 공통 정서가 배어있어서인지 내게는 친근한 그 무엇인가가 그 속에 있다.
톨스토이에서 마야코프스키까지,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적잖이 배출했던 러시아에는 이런 말이 오래전부터 전해온다.
“한 생애를 살며, 그대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았는가? 그대는 그대가 사랑하였던 사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믿음을 저버림 당해보았는가? 그대는 창살에 갇혀 한뼘의 햇살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답고, 소중한지 느껴보았는가? 이 세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과는 인생과 철학과 예술에 대해 논할 만하다.”
불혹(不惑)의 나이에 들어서서 불현듯 떠오르는 옛 기억 때문에 잠 못이루는 밤,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이 말을 곱씹어 보기도 한다.
이 세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생을 두고 느끼고 깨우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추측컨대 비(悲)와 서(恕)가 아닐까.
더불어 살기도 쉽지않고, 홀로 살기도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겉과 속을 보며 느끼는 그 무엇. 비(悲) - 슬픔! 그 비(悲)란 것이 ‘내 마음(心)과 같지 아니하기(非)’ 때문에 느끼는 그 무엇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서(恕)란 것이 입장과 처지를 헤아리면, ‘내 마음(心)도 저럴 수 있다(如)’고 보고, 용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최근이다.
내가 사추기(思秋期)에 들어선 것일까? 어린 시절, 내속에서 우러나와 내게 던지던 근본적인 물음들! 세월의 두께를 비집고 나와 다시금 내게 물음을 던진다.
먼지 속에 덮여있던 옛 경전들과 고전들을 다시금 펼쳐든다.
하루 가운데 한 두시간만이라도 그 속에서 옛사람들을 만나 지혜를 구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양원모.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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