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분들로부터 노조 때문에 회사 문을 닫고 싶다는 하소연을 듣게 된다. 물론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솔선수범하여 근로자의 복지에 우선을 두는 기업들은 비교적 노조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긴 하지만 영세기업들의 경우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게 되면 경영위기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경기도에는 제조업을 포기하고 공장건물을 남에게 빌려주어 임대료를 받는 쪽으로 나가거나 중국 등으로 공장이전을 서두르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근로자에게는 일터의 소멸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의 노조활동은 근로자의 복지향상이라는 차원을 떠나 노조단체간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해당기업의 노조보다 상급 노조단체의 경쟁적인 개입으로 노사협의가 파국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한푼이라도 임금을 올려 받고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일터 자체가 없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환퇴라는 사람이 천하에 진귀한 보석을 가지고 있었다. 환퇴는 왕이 그 보석을 탐내자 보석을 가지고 종적을 감춰 버렸다. 왕은 환관에게 속히 환퇴를 찾아내 보석을 감춰 둔 장소를 알아보라고 명했다. 환관이 어렵사리 찾아가자 환퇴는 서슴없이 말했다. “아, 그 보석 말인가? 그건 내가 도망칠 때 궁궐 앞 연못 속에 던져 버렸네” 환관이 그대로 보고하자 왕은 신하에게 당장 연못의 물을 다 퍼내고 보석을 찾으라고 명했다. 그러나 보석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애꿎은 물고기들만 다 말라죽고 말았다. 池魚之殃이라는 중국고사의 한토막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엔진은 수출이며 수출의 근본은 제조업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는 노사문제 말고도 자금경색, 인력난, 환율불안, 내수위축, 환경규제 등 신경써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다른 모든 어려움은 경영자된 죄(?)로 어떻게든 버텨 볼 수 있겠지만 노조에만은 더 이상 해 볼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은 이제 그냥 흘려들을 단계가 아닌 것 같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해 노사가 어느때보다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池魚之殃의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철.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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