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전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아 잊으랴 어찌우리 이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나는 매년 한차례씩 이 전투적인 노래를 부르며 38선 이북에 있는 동포들에 대해 적개심을 키우도록 강요받고 자란 세대다. ‘원수의 하나라도 쳐서 무찔러’야 비로소 ‘이 나라 이 겨레가 빛나’게 된다는 철저한 반공주의로 무장 되어온 나는 1996년 뉴욕한인YWCA가 개최한 ‘세계평화와 여성연대모임’에서 철통같았던 마음의 벽의 근간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에 흩어진 여성동포가 한자리에 모여 민족통일을 전망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나의 친정어머니가 여학교다닐때는 수학여행으로 일본과 금강산에 갔다고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일만이천봉의 아름다움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지만 별 느낌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98년에 수원시민 통일한마당이 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되었을때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날 대학생이었던 아들이 어느 지역의 통일한마당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연행되어 남편이 면회를 갔고 엄마인 나는 남북간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대한 아픔을 강하게 느끼면서 그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99년 방콕에서 개최된 세계Y 아시아 태평양지역회의에서다.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햇볕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에 있는 금강산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를 남한의 여성이 불렀을때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표명해 왔다.
무엇보다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내 생애 처음으로 북한땅을 밟았던 ‘99년, 장전항에 정박한 ‘금강호’ 선상에서 러시아 여성의 피아노반주에 맞춰 노래했을때다 ‘여성이 일구어가는 평화 새천년’이라는 주제로 제2차 민족화해를 여는 여성포럼이었는데 그때는 북측여성들과의 공식모임을 할 수 없었지만 불과 3년후인 작년,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여성 통일대회때는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토론회도 하면서 우리는 한민족이며 평화를 사랑하는 어머니요 여성이라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다.
정전 50주년을 맞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통일의 주체가 되어 활발한 민간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 생애중에 구룡폭포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마음놓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 헛된 꿈이라고 할까?
/유은옥.수원 YWCA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