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돌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부모를 위하여,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려 주는 ‘아기 울음 번역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 기계는 전자공학자인 패드로 모내가스가 개발한 것으로 내장된 마이크로칩이 아기 울음의 음량, 강도, 음파, 간격, 패턴을 분석하고, 울음소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원인을 배고픔, 졸림,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의 다섯 가지 감정으로 알려준다. 아기의 체중에 따른 기계와의 거리가 잘못되었거나 주변에 소음이 있는 경우에는 측정 결과와 증상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험결과, 90%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하여 언뜻 보기에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병원에서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이어서 일반 가정의 경우 여러 소음에 대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수년간 1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울음 유형을 분석해 만들었다는 울음소리 데이터베이스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다.
이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기의 건강 상태가 양호해야 하고, 체중을 정확히 알아 기계와 아기 사이의 거리를 정확히 맞추며 주변의 소음이 없어야만 한다. 이 기계에 의해 원인이 분석되어 배고픔이나 졸림으로 나타났을 때는 아기의 욕구를 채워주기가 쉽다. 그러나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이 나타나면 무엇에 의한 것인가를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아기 울음의 이유를 알 수 없어 기계를 사용하는 부모가 과연 아기의 스트레스, 불편함, 따분함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까. 아기의 울음은 매우 중요한 의사 소통 수단이다. 아기는 자기의 의사 표현에 대해 주위의 양육자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세상 사람이나 사물들이 믿을만한지 아닌지를 가늠하게 되며, 이에 의해 자신감, 안정감,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기계에 의존하여 아기가 우는 이유를 알아보려 하기보다, 사랑의 마음으로 스스로 아기 울음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부모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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