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도 못되는 정당민주주의?

내년 4월 15일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요즘 신당이니 정당개혁이니 하는 문제와 함께 정치자금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특히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자금으로 인해 부조리와 부패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도 많겠지만 무엇보다도 각 정당의 대다수 당원들이 당비를 내지 않는 이른바 ‘품삯당원’, 또는 ‘수혜당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기 소속 정당에 정치자금이 얼마나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쓰이는 지를 감시하고 참여해야 하는 당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실천은 커녕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당원이라고 하면서도 수년동안 당비 한 푼 내지 않으면서 선거때만 되면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장 등에 일당을 받고 청중으로 동원되는가 하면 정당행사나 개인 경조사 또는 명절때마다 정당으로부터 무언가 받으려하거나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주요 정당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회계보고에 의한 당비실태를 살펴보았다. 각 정당의 전체수입에서 당비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1년도에 한나라당 3.2%(8억), 새천년민주당 6.4%(22억), 자유민주연합 4.5%(5억), 민주노동당 83.2%(8억)로 평균 6%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것도 주요 당직자들중 극히 일부가 특별당비형태로 고액의 당비를 낸 덕분이고 실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의 비율은 전체 당원수의 1%도 되지 않는 웃지 못할 실정이다.

이는 독일의 정당들에서 당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당비 납부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에 정당은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외부로부터 조달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부에 의존 비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만큼 외부의 간섭을 받고 정치부패와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민주적인 정당운영과 깨끗한 정치는 깨끗한 정치자금이 흘러야 가능하다. 음성적으로 들어온 돈은 그 속성상 음성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현행 정치자금법에 공식적으로 정당이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당비제도와 후원회를 통한 기부금, 국고보조금,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기탁금제도 등을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당비야말로 정당이 조성하고 사용하는데 있어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정치자금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정당이란 그 이념이나 목적에 찬동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조직체이므로 정당이 자율성을 제고하고 당내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당원들이 내는 당비에 의한 정당운영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1%도 못되는 정당을 민주적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정당이 깨끗하고 바람직한 정치를 구현해 주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정당개혁과 정치발전은 이제 각 정당의 당원들이 정당으로부터의 수혜의식을 버리고 당비를 납부해서 정치인의 부패고리를 단절시키고, 소신있는 당원으로서 당당하게 정당활동에 참여할 때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하여 가장 정당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의 꽃이라고 부른다.

아무쪼록 제17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당원들의 획기적인 인식전환과 실천을 기대해 본다.

/정해현.경기도선거관리위 공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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