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절정에 오르는 10월이 되면 혼인교육을 받으러 오는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으로 교구청 대강당도 빨갛게 달아오른다. 가을과 함께 찾아온 결혼시즌이 교회안에서도 예외없는 풍경인 것이다.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받으려면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젊은이들, 신자인 여자친구에게 이끌려 도살장에 끌려온 소처럼 눈만 껌벅거리며 잔뜩 긴장해 있는 예비신랑들…. 노랗고, 빨갛게 물들인 헤어 스타일과 최신 유행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앉아서 독신으로 사는 가톨릭 신부의 강의가 신기하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는 새침떼기 예비신부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귀엽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잘 생긴 남자들의 배우자감으로 데려온 신부는 결코 미인이 아니며, 예쁘게 생긴 여자들의 신랑감으로 데려온 남자들은 결코 미남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혼이란 미남과 미녀의 외적 만남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내적 통교를 통하여 서로에게 시력이 맞추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짚신도 짝이 있고 제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로에게 사랑의 눈이 먼 두 사람은 교육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웃지 않아도 될 것도 관심을 보이며 크게 웃고 화내지 않을 일도 쉽게 토라지며 눈을 흘긴다.
그들을 바라보며 교육을 하노라면 서로의 눈에 뒤집어 쓴 콩깍지가 제발 벗겨지지 않고 오래가길 바랄 뿐이다.
결국 사랑은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결혼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저들의 관심이 결혼안에서는 차츰 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안타깝다.
늘 콩깍지의 사랑으로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부부이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송영오.인덕원성당 주임 신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