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형성을 촉진시켜주는 대화기술에 공감적 경청이 있다. 5살 때 약 1년동안 성추행을 당했던 한 여고생이 중2가 되어서야 엄마에게 처음 그 일에 대해 말씀을 드렸었다. 어렸을 때는 크게 의식이 되지 않았던 그 일이 사춘기가 되니 새롭게 해석이 되면서 심리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다 잊어버려. 지나간 일이잖아. 지금 생각하면 무슨 소용있겠니? 더 이상 생각도 하지 말아”라는 엄마의 반응은 그 여고생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엄마조차도 날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까지 겹쳐 더 심한 심리적 고통을 안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의 잊어버리라는 말 한마디로 잊혀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잊으려고 하면 잊으려고 할수록 더 수치스러웠고 더 억울했고, 더 화가 났을 뿐이었다. 그 이후 그 여고생은 더 이상 엄마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자기 스스로 해결할 방법들을 찾다 안되니까 급기야 자살까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이럴 때 엄마가 딸의 손을 잡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라고 공감적인 반응을 해주었더라면, 그 여고생은 펑펑 울었을 것이며, 그 울음과 함께 그동안 억눌러왔던 그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현재에서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될 것이며, 엄마와 함께 과거경험과 그 경험과 맞물린 생각들과 정서들을 함께 나누게 되며, 그 작업을 통해 그 여고생은 과거 경험이 재구성될 것이다.
공감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하나로 삼은 코비(Covey)는 공감이 심리적인 산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공감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공감적 이해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거의 같은 내용과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을 말하며, 상대방의 지각 세계로 들어가 편안하게 자리잡고, 순간 순간 상대방의 내면에서 흐르는 변화, 그리고 상대방의 공포나 분노나 애정이나 혼란 또는 상대방이 경험하는 모든 것에 민감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공감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반응으로 보여주게 되면 관계는 더욱 더 촉진되는 것이며, 이 세상은 살만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유순덕.경기도청소년종합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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