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방송 거시적인 안목 필요

우리나라도 디지털방송 시대가 도래했다. 2001년 10월부터 최초로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이후 2002년 수도권이 완료되었고, 2003년 광역시, 2004년 도청소재지, 2005년 시·군 전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디지털 위성방송도 2002년 3월에, 디지털 케이블방송은 내년에 개시할 예정이어서 시청자들은 뛰어난 고화질(HD) 방송과 더불어 다양한 채널과 부가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방송 도입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기대효과를 수반한다. 디지털방송산업은 21세기 지식정보 사회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디지털TV 분야를 비롯하여 영상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가 지대하다.

디지털TV 세계시장 규모는 올해 128억 달러에서 2005년까지 434억 달러로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 시장의 경우 현재 약 2,000만대로 추산되는 아날로그 TV가 디지털 TV로 교체될 경우 시장규모는 약 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디지털TV 수출은 2001년 2억 2천만달러에서 2002년 9억 7천만달러로 급증했으며, 국내 전자업체들은 2005년까지 약 277억 달러(약 30조원)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향후 5년 동안 방송기기 분야에서 71조원, 방송서비스산업 분야에서 4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방송기기 분야에 약 10만명, 방송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약 7만3000명의 고용유발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방송의 전송규격간 논란으로 자칫 21세기 정보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회를 상실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 디지털TV 전송방식은 1997년 11월 방송계를 비롯 산업계, 학계, 연구계가 미국방식(ATSC)과 유럽방식(DVB-T)중 시청자복지, 기술적 장·단점 및 산업경제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미국방식으로 결정하였다.

미국방식으로 결정한 지 이미 7년째 접어들고 있고, 연말이면 전국민의 70%가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이 시점에 사회 일부에서 방식선정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전송방식을 유럽식으로 전환할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실시한 디지털방송이 광역시로 확대, 실시되기도 전에 중도에 포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향후 2~3년 동안의 시험방송을 거쳐 또다시 본방송을 실시해야만 한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디지털 방송은 21세기 선진정보화에 뒤쳐질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전자업체가 97년부터 미국식 디지털TV에 기술개발 및 시설투자와 마케팅 비용에 수십조를 투자해 이제 겨우 세계적인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추었는데, 유럽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엄청난 규모의 비용손실이 발생하고 국제경쟁력 또한 약해질 것이 자명하다.

기술에는 절대적 우위가 없으며 완벽한 기술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미국방식은 기존 아날로그 화질보다 5배나 선명한 고화질(HD)인 반면 이동수신이 어렵고, 유럽식은 이동수신이 잘되는 반면 아날로그 화질의 2배 정도에 지나지 않는 표준화질(SD)이다.

이제 일부 단체의 이기주의에서 촉발된 소모적인 기술논쟁을 끝내고 경제·산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소비자복지 등을 고려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할 때이며, 하루라도 빨리 선명한 화면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가 절실한 때이다.

/황중연.서울체신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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