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부모 노릇

왜 요즘 부모들은 과거에 비하여 부모노릇 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과거의 유교적 윤리가 지배하던 시절에 비하여 지금은 부모의 모습은 이러하여야 한다는 전형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들의 얘기로는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하는데 대화시간이 부족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못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된 자로서 아이들과 대화라도 좀 해봐야될 형편인데, 그것이 또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뜬금 없이 좋은 이야기들만 골라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아이들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같은 것을 갑자기 배울수도 없고하니 TV라도 같이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해볼까 했는데 이 역시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금의 TV 뉴스는 정말 화끈하다. 이 땅의 정치인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온통 의혹과 비리투성이고 몇백억원이나 되는 돈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드라마 역시 화끈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온통 사랑 이야기에 배신과 음모 선남선녀인 신데렐라와 백마탄 기사들의 이야기뿐이다.

이러하니 아이들에게 본래 세상은 험한 것이고,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수단이든 동원해야 되는 것이고, 본래 정치인이란 수준낮은(?) 국민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수준을 맞추느라 저러는 것이라고….

인생이란 대충 대충 재미있게 살다가 운이 좋으면 또는 적당히 머리를 굴리면 잘 살수 있는 것이며 세상은 정의나 진실이나 따뜻한 마음만이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주변이 모두 선의로 채워졌을 때일수록 냉정하게 이익을 계산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줄 수밖에….

이 시대에 살면서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이 가끔 두렵게 느껴진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의무와 책임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혹은 자신을 위해서 비열한 거짓말을 하여서는 안되며 나를 아껴주고 키워준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신의를 지키고 은혜를 잊지 말아야한다고, 세상은 노력의 대가를 반드시 돌려주는 것이니 고통을 감수하고 인내하며 정도를 걸어나가라고 당당히 말하여도 그 아이가 후에 부모를 원망하지 않아도 되고 좌절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부모노릇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최인수.수원지방법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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