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三寒四溫)은 겨울동안에 주기적으로 생기는 기온 변화의 특별한 현상이다. 절기는 어느새 대설이 지나 동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폭설이 오려나 함박눈이 내리려나 알 길이 없다. “폭설이 내린 산에서 양달토끼는 굶어 죽어도 응달토끼는 산다”고 한다. 똑같은 악조건이지만 응달토끼 쪽이 살길을 찾아 더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어렵다고 들 혀를 찬다. 정치고 경제고 생활이고 어느 것 하나 제 길을 달리는 것이 없고 불안하다는 소리가 수그러들 질 않고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 더욱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 곤두박질하는 형국이다. 아직도 내년 살림예산은 힘 겨루기 하느라 법정시한을 넘겼다. 숱하게 쌓인 민생법안은 숨죽이고 있고 총선용 선심법안만 머리를 내밀고 있다. 대선자금 시비는 끝간데 없이 이어지고 모든 게 혼란스럽다.
여(與)는 없고 야(野)만 있는 요즘 정국은 삼한사온이 아니라 사한삼온(四寒三溫) 인 듯 하다. 대개 사흘 동안은 춥고 나흘 동안은 따뜻한 것이 보통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흘이 춥고 사흘이 따뜻한 격이다.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이 많은 대치 정국이다. 올 겨울 날씨마저 꽁꽁 얼어붙으면 걱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늘 양면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이 세상엔 차가움으로만 똘똘 뭉친 사람도 없고, 따뜻하기만한 사람도 없다. 문제는 얼마나 더 차가우냐, 덜 따뜻하냐의 차이일 뿐이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우리나라 기후도 기상이변으로 제대로 삼한사온이 지켜지지 않고 사한삼온의 변덕스런 날씨를 자주 보이곤 했다.
따스함이 차가움보다는 좀 더 강한 것이 좋다. 날씨나 사람 마음이나 마찬가지다. 날씨는 사람의 성격을 만든다고 한다. 냉랭한 지역에 사는 이가 따뜻한 지역에 사는 이보다는 그 분위기가 더 썰렁하다고 한다.
요즘 미국 전역은 독감이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정국이나 경제나 우리 네 삶이나 차갑고 썰렁한 면보다는 따뜻하고 화기가 좀 더 있는 삼한사온이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훈동.수원예총 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