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말이 쏟아지고 있다. TV 화면에 소위 말 잘하고 카메라 잘 받는 인사들이 나와 자기 당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리마다 수많은 후보들이 유세 차량에 말 잘하는 사회자(?)를 앞세워 말 말 말을 토해 놓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가 대여섯 이상인 지역에서는 하루에도 60~70회 정도의 말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유권자를 낚겠다는 것인데 낚이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대체 국회의원이란 누군가. 우선은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존재다. 인물 선거냐, 정책 선거냐, 심지어 탄핵 선거냐를 말하기 전에 ‘누가 나를 대표했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유권자를 배려했으면 하는 점이다.
설원(說苑)이란 고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천이라는 벼슬아치가 임지(任地)인 성보 땅으로 가는 도중 양주라는 인물을 만나자 “그대는 내게 무슨 선물을 주려고 하는가?” 하고 물었다. 양주가 대답했다. “저는 어린시절 가난한 탓에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경험으로 낚시질 하는 두 가지 방법을 아는데 이를 알려드리는 것으로 선물에 대신할까 합니다.” “낚시하는 방법이라니?” 하고 궁금해 하자 양주가 설명했다.
“낚시에 미끼를 달아 내려뜨리면 덥석 무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는 양교라는 물고기입니다. 이 놈은 살도 별로 없고 맛도 형편없지요. 그런데 물린 것 같기고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미끼를 삼킨 것 같기고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있지요. 이는 방어라고 하는 물고기입니다. 이놈은 살도 많고 맛도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낚시꾼들은 방어를 잡으려고 애쓰지요.”
자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성보 땅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를 본 자천은 마부에게 “빨리 수레를 몰아라. 양주가 말했던 양교라는 물고기 떼가 몰려오고 있다” 하고는 피해 갔다.
당락의 여부가 표수로 계산되니 양교든 방어든 많이 잡아야 장땡인 처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회의원쯤 되려고 하시는 분들이 덥석덥석 물어대는 양교 같은 유권자만을 찾아다니는 자세라면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니다. 좀 더 유권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대표할 생각인지 소상히 전하는 유세전을 펼쳤으면 싶다.
/나채훈.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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