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예수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부활하신 주님의 기쁨과 희망이 교구민 전체와 우리 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우리의 스승이요 주님이신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으나 삼일 만에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부활로써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하여 영원히 살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활은 예수님이 죽음을 물리치신 것으로서 죽음이 결코 인생의 끝일 수 없다는 장엄한 선언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이처럼 예수부활은 우리에게 ‘죽음에서 생명을’, ‘슬픔에서 기쁨을’, ‘절망에서 희망을’ 안겨준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부활은 죽음까지도 물리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우리 모두에게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부활 축일의 의미는 부활성야 미사 때 ‘빛의 예식’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납니다. 빛의 예식 때 어두운 성당은 부활초의 빛으로 밝혀집니다. 우리 주변에는 어두움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수부활의 메시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희망과 빛을 안겨주는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눈을 돌려 우리의 현실을 봅시다! 우리 신앙생활에 어두운 부분과 실망스러운 면들이 있습니다. 몇가지 통계를 보면, 수원교구의 평균 주일미사 참례자는 29%이고 냉담자는 36%입니다. 신자 자녀들의 유아세례자 수는 세명 중 한명이고, 낙태는 신자들이 비신자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노두스 실현을 위해 학생들의 주일학교 출석을 강조하지만 많이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 사회현실도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실직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혼과 자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계는 민생을 돌보고 나라 경제 살리기와 같은 큰 과제는 뒤로 한 채, 부정비리와 정당들 간에 당리당략적 갈등으로 나라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헌정사에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국론 분열과 국정 불안이 우려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국민이 정치 일꾼을 뽑는 4·15 총선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절망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을 경계하고 희망을 가져야겠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불의와 죄악이 가득 찬 세상이지만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당신 외아들까지 세상에 보내주셨고, 예수님 또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사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완전한 실패와 절망의 상징인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세상의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어두움을 빛으로 바꿔놓으셨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에 대한 큰 희망을 우리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체념과 실의에 빠져 어두움 속에 사는 이웃과 국민들에게도 전해야 하겠습니다. 비록 우리 교회와 사회의 현실이 부조리한 면들이 많다 하여도 그 속에서 여전히 우리가 꽃피워야 할 희망의 씨앗이 있고 그 희망을 꽃피우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 단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결정적인 활동은 부활하시고 승리를 거두신 그리스도께서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권능을 굳게 믿고 의지하면서 그분을 본받아 사랑의 십자가를 져야하겠습니다.

막달라의 여자 마리아가 예수님께 대한 사랑으로 주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뵌 것처럼, 죽음 너머 있는 부활에 대한 희망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뵈올 수 있을 것입니다.

/최덕기 바오로 주교.천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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