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봄이 오는가 하면 어김없이 불어오던 황사는 지나갔다. 연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신록만이 아름다울 뿐이다.

한국의 새로운 정치는 이렇게 눈부신 연초록 계절로부터 출발한다. 희망이다. 타는 목마름을 안고 거칠게 살아온 이 땅의 민초들은 신록을 보며 벌써 가을의 주렁주렁 여문 과실을 기대한다. 그러나 희망은 성급함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가꾸는 것이다.

이번 선거풍토는 과거와는 달리 진일보 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돈으로 희망을 사는 매표도 줄었고,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같이 공유할 수 있음도 확인하였다. 반면 우리 정치권이 보여준 리더십 부재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선거과정에서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머리를 깎고, 밥을 굶으며, 길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 뿐 이었다. 천막과 공판장 당사는 거의 시트콤 드라마 수준이다. 또한 탄핵 반대와 찬성, 거여 견제와 거야의 부활, 그리고 민주와 반민주, 친노와 반노만이 볼륨을 키웠다. 비교우위의 정책적 화두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 12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운명이 여기에만 달려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할 때 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여지없이 소위 텃밭을 찾았다. 물론 3김 시대와 같은 노골적인 지역주의 선동은 줄어들었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었다. 특히 영·호남의 유권자에게 견제와 배타의식을 자극하여 서로 반대의 선택을 하도록 조장하였다.

덧붙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청년과 장년 그리고 노년과의 갈등을 부추겼다. 어찌 이 뿐이랴 이렇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가 우리에겐 불행이다. 정치권이 우리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무작정 잘 먹고 잘살게 해준단다. 어떻게 할지는 묻지 말란다. 감성의 선동은 있어도 차분한 설득은 없었던 것이다. 나아가 각 정파마다 독특하게 다를 게 없는, 거기서 거기인 까닭에 우리 국민은 눈물에 속고, 단식과 삭발에 흥분하며 고향 사람에게 표를 던진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라는 대중가요가 있다. 우리의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찌 이와 다르겠는가?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과도기의 진통임을 모르는바 아니나 대한민국의 갈 길이 너무 멀기에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다. 단지 울고 나면 후련한 정치가 아니라 웃음으로 맞을 수 있는 꿈과 희망의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정치권이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그 악착같고 격렬했던 정쟁도 돌이켜보면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을 위한 나름대로 애국심의 발로였다고 믿고 싶다. 대한민국은 어느 정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진정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악수를 서로 나누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영광을 위해 목청껏 소리 높이신 출마자 여러분께 박수를 보낸다. 신록의 계절, 신록의 정치가 더욱 그 푸르름을 더해가길 기대하며….

/정상환.한경대 외래교수 LA라디오서울 방송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