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짜리 폭탄 100여개가 한꺼번에 터진 듯한 위력’. 이번 북한 용천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그 여파가 북한은 물론 남한 전체를 요동치게 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다각도의 채널을 통해 대국민 성금품 모집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벌써 164억원 상당의 정성들이 답지한 상태다. 이처럼 한민족으로서 함께 하자는 남측의 인도적 움직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연일 각종 매스컴을 통해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껏 남북문제의 해결에 있어 상호주의를 표방해 왔다. 하나를 줬으니 하나를 달라는 식의 접근이었다. 이로 인해 남북간의 협상은 으레 줄다리기식의 신경전이 되기 십상이었으며 종국에는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인해 긴장국면을 맞게 되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또 북측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비료지원이나 물자지원 등이 있을 때면 으레 국내 보수세력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들이다. 현재 연일 이어지고 있는 대북지원은 지난 1997년,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옥수수보내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한 이후 북한돕기운동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 정도의 원조라면 벌써 목소리를 높여서야 할 법한 국내 보수세력들도 이번만큼은 제목소리 내기를 자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한편 고무적이게도 북한 역시 남측의 지속적이고도 순수한 지원손길에 화답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체제 유지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거부해오던 육로수송이 얼마전 실현됐고, 또 북측 언론들이 이례적으로 남측 동포들의 순수한 구호손길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보도를 잇고 있다고 한다. 상호주의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필자는 모순되게도 유사이래 손꼽힐 만한 몇 안되는 민족참사중 하나라 볼수 있을 이번 용천역 폭발사고가 오히려 민족의 화합과 통일에 물꼬를 트는 새로운 전기 내지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흥분된 기대를 갖게 된다.
남과 북은 같은 핏줄을 공유하고 있는,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합쳐 하나가 되어야 할 한민족이다. 고초를 겪고 있는 동족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당연지사다. 또한 국적, 종교, 이념을 초월한 인도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적십자사가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고통에 빠진 또하나의 우리를 보듬는 마음으로, 상호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북측을 향한 마음의 문을 더욱 활짝 열어가면 어떨까.
/윤여갑.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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