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김치 종주국

고문헌의 채소절임에 대한 기록을 보면 중국의 옛 경서(經書)에 채소절임 무리를 한결같이 저(菹)라 하였고 500년 경의 ‘제민요술’에서도 저라 하였으나 그 후 청代에서는 함채(鹹菜) 또는 엄채라 하였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의 ‘순무를 장에 담그면 여름 3개월 동안 먹기에 매우 마땅하고 소금에 절이면 겨울을 능히 견딜 수 있다’는 문구를 김치에 관한 최초의 문헌자료로 보고 있다.

고추가 들어간 오늘날의 김치에 관한 기록은 1766년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총각김치, 오이소박이, 동치미, 굴김치 등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와 같이 우리 나라의 김치는 1700년대 중반부터 중국 등 타국의 단순한 채소절임음식과 다른 독특한 발효식품으로 발달해 왔다.

지금까지 밝혀진 김치의 종류는 335종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배추김치류 등이 173종, 깍두기류 20종, 겉절이류 19종, 동치미류 7종 등으로 다양하나, 현재 제품 김치로는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등 20여종에 불과하다. 김치제조업체는 농협김치공장 13개를 비롯하여 전국에 460여개가 있는데 중소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91년도 청산김치를 처음 설립한 농협은 95년도에 한국이 ‘김치종주국’임을 선포한 후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결과, 농협김치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공식식품, 97년 에어 프랑스 기내식, 98 월드컵 공식식품으로 지정받는데 성공하였다. 97년도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로부터 일본의 ‘kimuchi’를 물리치고 ‘Kimchi’가 국제적 표기로 인정 받음으로써 김치종주국의 위상이 확고해 졌다.

이러한 우리의 김치가 최근에 수입량이 계속 급증하고 있어 김치종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농림부에 따르면 올 1월 중 수입한 김치는 2천641t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3.4배로 늘었다. 주로 중국산으로 지난해의 경우 중국에서 수입한 김치는 6만9천여t인 반면에 우리가 해외에 수출한 김치는 3만4천여t에 그쳤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우리농업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화된 농산물가공식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고유의 전통식품인 김치 역시 제품화 확대 등 선진화를 통한 세계화는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학계와 농협을 비롯한 김치생산자의 끊임없는 연구와 개척정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박재근.농협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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