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라철학의 대가인 베이컨을 위시한 근대 서양철학자들은 자연을 정복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아 생태계에서 인간의 독존적 지위를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으나, 현대문명의 반성적 인식은 환경적인 문제를 심각하게 일으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논리적 오류로 평가하고 있다.
발전이 곧 파괴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도 바로 이런 사조의 오류에서 나오는 결론이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근시안적인 행정이 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파주에서 건설하려고하는 통일동산하수처리장은 곡릉천 하구에 건설되고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203호 문화재보호지역(재두루미 서식지)에 인접하여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 문화재 심의에서 공사허가가 부결되었고(2003.11.26) 현재 공사가 중지되어있는 곳이다.
시민단체에서 제기한 문제는 문화재 보호구역내에 하수종말처리장 공사를 진행하는 심각성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행정적인 구역은 자연생태적인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제한적이고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파주시는 절차적 하자 및 행정적 단순한 오류라는 논리로 수차례 공사 강행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하구권의 생태환경의 가치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심각한 파괴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곡릉천 하구는 백두대간의 임진북예성강정맥과 한남정맥, 한북정맥등 3개의 정맥이 만나 한강과 임진강, 서해등 3개가 큰물 하나가 되는 그야말로 국내 최대의 생태적 박물관을 만들수 있는 생물의 다양성을 갖는 지역이다. 곡릉천하구는 기수역 식물의 군락을 이루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한 천연기념물이 20여종 서식하고 있으며, 동북아 철새들의 이동경로에 아주 중요한 위치다.
또한 DMZ을 포함한 접경지 생물권의 핵심이며, 유네스코에서도 보존을 권고하고 있는 국제적인 관심지역이다.
이러한 현재의 위치에 하수종말처리장의 구조물을 건설해야하는 명분도, 실리적인 이익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현 위치를 고수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한강하구권의 생태환경은 파주시의 것이 아니다. 이곳은 수천년 동안 물이 드나들어 살만한 땅이 되어 수많은 생명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으로, 민족의 자산적 가치를 갖고 있는 지역으로 모두에게 소중한 지역이다. 따라서 파주시에서 행하고 있는 공사강행은 법으로도 허용하지 않고 문화적·생태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불법적이기 때문에 공사의 합리화를 위한 어떠한 대안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패배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좀더 포괄적이고 지역적인 가치 창출을 위하여 스스로 생태환경보전의 의지로 삼는 것이 지금 파주시가 가져야할 태도가 아닌가 한다.
이참에 이 지역을 생태보전지구로 지정하고 하구권역의 생태환경을 적극적으로 보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생태관광권으로 이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단된 공사현장은 그대로 보존하여 생태권을 지키는 파주시의 의지의 상징으로 만든다면 세계적인 관광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모두가 이기는 윈윈(win win)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김승호.임진강 탐사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