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행궁에서 국악상설 프로그램을 만들자.
서양음계인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궁상각치우’의 중국음계는 어느정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국악의 기본이 되는 5음 음계인 ‘황태중임남’을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언젠가부터 우리는 국악보다는 서양음악을 이해하기 위하여 공연장을 찾아다니고 음반을 들으면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이해를 못하면 무식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걱정을 하지만 국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가슴속 깊이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 조상들은 풍류 즐기기를 좋아하고 국가의 중요한 행사도 악(樂)·가(歌)·무(舞) 일체로 치러진 것을 보면 우리음악은 우리문화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다.
97년 12월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화성은 수원만의 문화유적지가 아닌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되었고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로부터 7년여 정도가 지난 지금, 수원시는 화성을 다시 옛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다양한 상설행사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2005년은 경기도 방문의 해다. 수원 ‘화성’은 경기도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로 큰 몫을 감당해야 할 것이지만 성곽의 보수만으로는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더 나아가 화성을 세계적인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성과 연계된 우리의 고유문화를 보여줘야 한다. 애석하게도 수원에서 국악토요상설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경기도립국악단이 용인으로 이사갔다. 차제에 수원시립국악단을 만들어 행궁에서 국악이 울려퍼지게 함이 어떤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에서 흥겨워하는 청중들의 모습과 기운찬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바로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문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무리 서양음악을 즐겨 듣는다고해도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몸짓, 이것이 바로 우리의 문화인 것이다.
세계문화유산 ‘화성’. 우리 선조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애환을 담고있는 국악이 함께 살아 숨쉬는 수원화성을 만들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혼과 문화를 담고있는 행궁에서 국악연주를 듣고 보며 우리문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해서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송기출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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