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계속되는 사건과 소식들을 듣다보면 종합병원의 응급실이 생각난다. 물론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급박한 상황의 전개나 다양한 사연들로 항상 긴박감을 잃지않기 때문에 소설이나 ‘ER(응급실)’, ‘종합병원’ 등 TV극의 소재가 된다. 응급실(실제 응급실과 조금은 다르지만)을 상상해 보자. 한쪽에선 교통사고로 난리법석이 나고 또 한쪽은 응급수술실로 뛰어 들어가는 무리가 있고, 다른 한 구석에서는 사망자의 유가족들이 슬픔으로 펑펑 울고, 그 옆은 무사히 위기를 넘겨 함박웃음으로 기뻐하는 가운데 직원들과의 마찰이나 협조가 있고 환자와 의료인들 사이의 갈등도 있다. 때로는 그들 사이에 사랑도 피어나고….
어쨌든 각양각색의 사건들로 점철되는 응급실 분위기와 우리나라의 현재 분위기는 일단 어수선하다는 것에서 흡사한 게 많다.
주가는 떨어지고 실업자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경기가 곤두박질하는 사이 행정수도를 옮기네 마네,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을 깎아야 하네, 공공사업을 늘려야하네 야단이다. 또 여야는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고, 우리근로자가 납치돼 처형을 당했는데 우리 정보기관과 외교기관은 뭘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고, 세계 유수의 경제평가기관은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가운데 유가는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국민과 중소기업에 요긴한 자금을 지원해야할 금융기관이나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할 대기업은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부실 금융만 잔뜩 만들어 급기야는 쫄딱 망해 실업자나 대량 생산하고, 국민 상당수가 경기가 너무나 어려워 너도 나도 못살겠다 하는 판국에 이 나라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느 것부터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지, 차라리 아비규환에 가깝다.
그나마 ‘응급실’은 바쁜 와중에 나름대로의 체계와 질서가 있고 대체적으로 급한 질병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성질 급하기로 소문난 우리지만 차분히 정리를 해야 한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와 사회도 그 나름대로의 정리가 필요하다. 정부도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잘 보이려 하는 舊정부의 악습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솔한 노력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업이건 금융이건 혹은 일반인이건 간에 근원을 해결하지 않는 전시 행정의 결과로 지금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그 짓을 또다시 되풀이 할 수는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선현들의 말씀이 새삼 솔깃해지는 건 지금의 이 난국을 예견한 지혜로움이 아닐까.
/김용 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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