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맞이 전야제로 지난 7일밤 시작된 제41회 수원 화성문화제가 크게 나눠 시민축제행사, 정조대왕 화성거둥 재현행사, 화성 체험행사 등을 거쳐 나흘만인 1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안공원에 거중기, 녹로, 유형거 등을 전시하여 화성 축성 과정의 재현과 함께 체험의 장이 되도록 한 것은 특이했다. 또 올해 처음 선보인 화성행궁 궁중문화 체험축제, 시장거리축제 외에 따로 가진 한·일음식축제 등은 가족과 함께 가을 정취속에 지역정서를 만끽할 수 있었다.
화성행궁, 효원의 종각, 팔달산, 종합운동장, 장안공원, 야외음악당, 팔달문시장, 수원문화원, 유림회관, 연무대 등지서 열린 각종 행사마다 시민들이 꽉차는 성황을 이루었다. 정조대왕이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수원지역 인재를 등용하고자 1795년 2월11일 가진 문·무과 별시를 고증에 따라 재현한 ‘대왕친림 과거장’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200여년 전에 살고 있는 듯 하는 현장감을 주었다.
연무대에서 본 경축공연은 실로 장관이었다. 유서깊은 화성성곽을 이용한 밤 하늘의 레이저쇼 등이 휘황찬란한 가운데 열정 넘친 무대의 앙상블은 연무대를 가득히 메운 시민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무려 100여명의 인원이 대거 참가한 풍물놀이 한마당과 그래픽 이미지의 멀티미디어 쇼에 이어 김국환·세븐·UN·배일호·조승구·봄여름가을겨울·전자현악 4중주 벨라트릭스 등과 지역 예술인들의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환성이 터지고 젊은이들 중엔 폰 카메라 찍기가 한창인 열성팬들의 모습이 분주했다. 외국인들도 경탄을 터뜨렸다.
“우리도 가봤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무대였어요…” 나중에 들은 일본 사람들의 감탄이다. 올 화성문화제에 일본 사람들이 많이 온 것은 시민문화 교류에 또 하나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다. 수원시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아사히카와시와 공동으로 장안구청앞 광장서 개최한 한·일음식문화축제와 더불어 호텔 캐슬에서 두 도시 자매결연 15주년 기념식을 가진 것은 매우 뜻 깊었다.
수원 장정희무용단의 전통무용, 아사히카와 ‘태고(太鼓)보존회’의 북 공연 등이 있은 가운데, 같은 자리에서 만나 나눈 대화 중 연무대 공연의 그 같은 감탄을 말한 일본사람은 야스이 부인이었다. 토목건축회사 사장으로 있는 남편과 함께 온 이 50대 부부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좋은 추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얼굴에 마냥 웃음꽃을 피웠다.
알고보니 일본 사람들의 이번 수원 방문은 규모가 아주 컸다. 아사히카와시 시장을 비롯한 시 당국의 공식 수행원, ‘태고보존회’ 회원과 음식축제 명인들 말고도 관광객이 많이 왔다.
야스이씨 부부는 일반인 관광객으로 동행했다고 한다. 아사히카와시는 수원시 방문을 앞두고 그곳 지역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관광객을 공모했던 것 같다. “방송에 나온 자막 광고를 보고 수원에 올 마음을 먹게 됐다”는 게 야스이 부인의 말이다. 이렇게 일반인으로 시장 일행과 함께 온 관광객이 150여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카와시는 홋카이도에 있는 산업경제 및 교육문화 중심의 전원도시다. 화성문화제의 전통행사에도 극찬을 아끼지 않던 야스이 부인은 헤어지면서 일본에 오면 자기 집에서 숙식을 함께 하자면서 초청해 주어 그 맘은 고맙지만 가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 같다.
수원은 왕조시대에 민본사상을 펼친 정조대왕이 이룩한 유서깊은 도시다. 화성은 대왕의 지극한 효심과 개혁의 웅지가 서린 성곽이다. 세계문화유산이다. 수원 화성문화제가 해마다 내실을 더해 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제 화성문화제 행사는 끝났어도 그 여운이 짙게 남은 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의 어려움은 나라안 어디든 다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나마 그래도 수원에 산다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같은 시민의 긍지를 국내외에 각인된 이번 화성문화제를 통해 또 한번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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