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분권이 대안이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A주를 팔고 B주를 사지 그래. 유망하다던데…” 주식에는 문외한이지만 “훈수는 잘 보인다”는 말을 믿고 잘 알고 지내던 知友에게 충고를 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돌아서기에는 너무 늦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가족에게 큰 소리까지 친 형편이라면서 끙끙 앓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과 똑같은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다. 현재 행정수도 이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것은 사실이다. 투자 타당성 여부를 떠나 그 노력이 아깝기도 하다. 하지만 헌재 판결이 난 지금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은 사라져야 한다. 위헌결정이라는 취지를 과소평가하여 포기할 때를 놓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이 불가능하다면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할 수 없으므로 수도권 규제완화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균형발전’과 함께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만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했던 것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수도이전을 통해서는 균형발전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위헌결정과 절차적 문제 등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방분권이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책임과 권한을 지역에 줌으로써 지역주민의 의사와 뜻에 부응한 발전을 도모하고 거기에 필요한 재정기반을 폭넓게 인정해 주므로 지역특성에 맞는 지역발전을 추진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균형발전은 지방분권’에게, ‘국가 경쟁력 제고는 수도권 규제완화’에게 맡겨 더 높은 곳을 향한 힘찬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지방분권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지향적 민주주의’에서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여 결정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점증함에 따라 점점 더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경쟁력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즉 현재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결정권한을 그 지역의 정보와 필요사항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지방에 이양해야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다. 경기도에서는 전국 최초로 지방산업단지 관리권 등 기업운영을 위한 각종 인허가 27개 권한을 시·군에 위임하여, 기업을 살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규제완화와 민생 우선 행정에 솔선수범하였으며, 이는 수동적으로 중앙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기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한을 위임한 모범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지방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은 이젠 통하지 않는다. 지방분권은 현재의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황준기 道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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