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민이었다. 지난주 30일 밤 열린 두 곳에 다 가고 싶은 음악회에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그러 했다.
경기일보 등 주최로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추억의 낭만콘서트’, 그것은 동경해온 작품이었다. 할 수 없이 오래 전에 예매해둔 표를 만지작거렸다. 큰 아이 내외는 서울에 살고 있다. 수원 사는 작은 아이와 며느리될 아이를 불렀다. 엄마속도 모르고 횡재인 것처럼 좋아하는 모습과 보고 싶은 공연을 못 보는 미련을 함께 뒤로 하고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차 핸들을 급히 돌렸다. 대공연장은 어느덧 관중으로 찼다. ‘창단 23주년 기념 난파소년소녀합창단 정기연주회’가 시작됐다.
난파교육반·연주반·영통반 등 그만 그만한 초등학생 어린이들의 레퍼토리가 비단실이 어울리는 선율처럼 이어졌다. ‘청산에 살리라’ ‘도라지꽃’ ‘코스모스’ ‘마법의 성’ ‘미녀와 야수’ ‘산유화’ ‘두껍아 두껍아’ ‘소쩍새’ ‘글로리아’ 등 주옥같은 화음이 때로는 웅대한 파도처럼, 때로는 시냇물 여울처럼 잔잔히 가슴을 적셔오곤 했다. 환희와 사색의 정감을 가득히 채워주는 앙징스런 천사들의 티없이 맑고 밝은 표정, 그리고 레퍼토리가 달라질 때마다 앙상블을 이룬 다채로운 의상차림의 깜찍한 안무 등은 한마디로 환상의 무대였다.
그랬다. 저 유명한 프랑스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 소년소녀들의 미성을 가리켜 “천사의 목소리”라고 했다. 그 화음과 이 화음의 차이가 도대체 뭔가를 순간 생각해 보았다. 서울에서 가진 그 합창단의 내한 공연을 들은지가 오래돼서 그런지, 아니면 ‘손이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차이는 무슨 차이란 말인가, ‘난파소년소녀들’이야말로 바로 “천사의 목소리”임이 분명했다.
리틀 엔젤레스가 생각났다. 리틀도 실로 잘했지만 ‘난파소년소녀’들이 더 잘했으면 잘했지 결코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난파소년소녀합창단’은 이미 각종 국가행사 초청연주회를 비롯하여 수차례 해외순회공연을 통해 절찬을 받은 문화사절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자랑스런 합창단의 모태가 재단법인 성정문화재단이고 이를 이끄는 재단 이사장이 여류인 것은 같은 여성으로 주목할만 하다. 무려 23년을 이어 오면서 인재양성과 함께 국제교류의 꽃을 피워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정자 이사장은 이밖에도 성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성정청소년교향악단, 성정예술기획을 설립, 경기음악의 폭넓은 산실을 알차게 가꾸고 있다.
일찍이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가 “남이 한 것은 곁에서 보기엔 쉽지만 직접 자신이 할 생각은 엄두도 못낸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난관이 없는 일은 없다. 말 못할 어려움을 속으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이윽고 ‘사랑과 축복’의 연합합창을 마지막으로 장장 두 시간 반에 걸친 대공연의 막이 뜨거운 박수속에 서서히 내려졌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체치 못해 앉은 채 잠시 있다가 일어섰다. 함께간 박명자 도여성정책국장과 밖으로 나섰다. 밤하늘의 가을 바람이 이날따라 싱그럽게 와 닿는다.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 천사들의 화음이 미래를 밝은 세상으로 열 것이다.
집에 가면서 내심 궁금하여 나중에 알아봤더니 월드컵구장의 콘서트 역시 불야성의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현대음악의 선구자 홍난파 선생을 배출한 자랑스런 지역정서의 연유인지 수원은 역시 음악의 도시다. 음악은 곧 평화다. 남편은 야근을 하게되어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둘째 며느리감 아이가 또 뭐라고 귀염성을 떨 것인지 두고 봐야겠다.
/이지현 (사)한길봉사회경기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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