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하게 흘러가는 자연현상에 대해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경계를 지어놓고는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장치들이 많다.
그리고는 그 경계의 틀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시간이 그러하다. 무심히 흘러가는 무한의 시간에 초, 분, 시, 일, 월, 년이라는 단위를 붙여놓고는 숨 가쁘게 살아간다.
행정구역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그 시대의 사회경제적 필요성과 정치적 이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구역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행정구역은 기본적으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틀을 가지고 있어 통치에 적합한 것이지 자치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논거가 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그리고 학계에서 행정구역 개편이 논의되어 왔고 또 현재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도 매우 스펙트럼이 넓어서 극단적인 견해들이 오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치에 적합한 형태로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기초자치단체만 두는 단층제가 주장되기도 한다.
반면 광역자치단체가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숫자를 늘려서 행정단위를 줄이자는 주장도 있다.
지금 제주도의 경우 특별도로 추진하면서 마지막 단계의 조율에서 산통을 겪고 있는 것도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광역단위의 단층제로 해야 한다는 행정계층 구조 개편의 방안을 도민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자치가 도입되어 선거를 하고 기득권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없앤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슴 졸이며 신행정수도의 진행을 지켜보던 경기도민의 입장에서 겨우 한 숨을 돌리자 말자 경기 분도(分道)론이 대두되어 긴장하고 있다.
그간 남부 지역의 발전에 비해 각종 규제에 묶여 있기만 하고 홀대 받는다고 생각한 북부지역의 주민 입장에서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북부지역 주민은 수도권정비계획, 군사보호시설, 상수도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숨통을 조이고 있다.
주민들은 도지사가 행사가 있을 때 간혹 들르기만 하고 주민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제2청사를 만들어 위로를 했지만 행정절차만 하나 더 생긴 것이라는 불평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분도론은 시기적으로 그리고 그 목적을 생각할 때 적절하지 못하다.
우선 경기도의 힘을 빼고자 하는 다른 지역의 입장에서 볼 때 반대를 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만약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한다면 쉽게 과반수를 넘게 될 것이다. 수도권의 힘 빼기 작전에서 애꿎게 경기도만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경기북도를 신설하여 도지사 자리를 하나 더 만든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진행된다면 더욱 경계해야 한다.
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치의 단위를 작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 지금과 같은 행정기능의 배분 실태에서 광역단위를 신설하는 것은 행정단계를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분도반대론자들이 흔히들 주장하는 논거처럼 재정자립도가 낮기 때문에 자립할 수 없다는 논거도 북부 주민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지만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다.
31개 시군에 포함되어 있기에 조정교부금을 통해 남부의 재원을 북부에서 활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한다면 중앙정부의 재원을 얻어다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치단위 내에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분도를 통한 분단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세계지도와 역사 속에서 한국의 비전을 생각하고 그리고 경기도의 방향을 생각하면서 논의를 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북부지역 주민이 가슴아파하는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을 표의 단위로 계산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 <행정학>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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