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람들은 만나면 돈버는 이야기를 하고 한국사람들은 자녀교육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일전에 가까운 지인끼리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오고간 이야기다. 한 사람은 아들 학교에 갔다 왔는데 기분이 아주 좋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아들이 고2 인데 이대로만 성적을 유지한다면 일류대학은 떼논 당상이니까 진학때까지 관리를 잘해달라고 오히려 선생님이 부탁을 하더라는 것이다. 하면서 아들 칭찬을 들은 부모의 심정이 이처럼 좋은 것인지 몰랐노라고 입이 다물어 지질않았다.
다른 한 사람은 딸이 고1 인데 이 친구도 그 날은 딸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기분이 상기되어 있었다. 평소 그 딸의 성적은 신통칠 않아서 자기도 별로 괘념치 않았다고 한다(속은 탔겠지만). 딸아이에게 어쩌다 성적이야기를 꺼내면 생긴대로 살테니 놔두세요라고 반항(?)까지 했던 아이였는데 중간시험을 앞두고 하루는 이런 제안을 했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자기가 10등을 하면 요즘 유행하는 비싼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하도 꿈같은 이야기라서 그러마고 덜컥 약속을 했다. 그러고는 며칠을 관심있게 지켜보니까 제법 열심히 하더라는 것이다. 드디어 시험을 보고 성적이 나왔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3등이었다. 요구하는 휴대전화 가격이 상당히 고가라서 좀 낮춰서 타협하고 휴대전화를 사주게 되었지만 예외적인 사건이라고 치부하며 선생님을 만나 물어보니까 자기도 이렇게 단번에 치고 올라오는 경우는 교직 생활중 처음이고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란다.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고 그 딸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1등은 못해도 꾸준히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그런 점수와 성적을 한번 올리고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학교생활도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후배의 딸이 우연치 않게 스스로 얻은 성적이지만 그것은 그 아이에게 일생 커다란 자극으로 작용할 것이다.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없고는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성취한 사람의 자신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최근 입시철을 맞아 성적지상주의니 학벌지상주의니 말들이 많다. 그렇다고 회피할 수 있는 문제는 더욱 아니니 말이다. 그저 다그친다고 자녀들의 성적이 오를리 만무하다. 스스로 하고자하는 동기부여와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골프황제 타이거우즈가 재미교포 골프신동 미셸위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프로에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보다 쉬운 아마추어 무대에서 우승을 많이 해보라고 말이다.
/오완석 한국토지공사 용인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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