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은 이제 미국이나 영국의 언론도 주목할만한 현상이 되었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류를 단순한 한국문화산업의 동남아 진출로 보지 않고 향후 세계와 사회를 변화시켜갈 문화이동(cultural shift)현상을 드러내는 한 징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미 사회는 경제사회에서 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는 문화가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한류열풍 덕분에 한국 상품의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지만 이는 문화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힘의 아주 소박한 사례에 불과하다.
이미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 경제와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고 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 사회적 가치관이 변하면서 경제, 정치 등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가족 빼고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모 그룹회장의 말에 덧붙여 필자는 새로운 가치, 새로운 문화의 창조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변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한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창조적인 사람이 한다. 기존의 관습과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만이 그 변화를 만들어낸다. 절박한 생존의 조건 속에서도 걸작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과 풍족한 환경에서 창작력이 고갈되어버리는 예술가들의 대비를 보면 창조적 정신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면 참담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회적으로 상상력은 매장되고 학교는 오히려 싹들을 말리우고 나날이 부딪치는 삶의 모습은 천한 삶의 방식을 확장하기 위한 아귀다툼뿐이다. 문화사회로의 변화가 반갑기는 커녕 두려워질 정도이다. 정말로 절박하게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새로운 동력,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광부는 이미 지난 봄에 발표한 문화정책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했으며 또한 그와 관련된 제반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우 시기 적절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문화예술교육을 협소한 예술적 기능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문화예술인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교육은 오히려 우리시대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 살아가는 방식 전체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 사회와 인간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 가를 고민하는데서 생겨나는 문화적 상상력, 그러한 상상력을 원천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되어야 한다.
/표신중 경기문화재단 미디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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