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지역주의 극복 모델과 사회협약

지역간의 갈등을 둘러싼 지방의 소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사회계약론적 협약정신의 확산과제에 대해 고찰해보도록 한다.

소지역주의는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함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전통적인 도덕적 방법으로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설득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지역주의에 관한 담론은 먼저 구역 주민들의 권리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지역 주민들을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지역주의는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를 낳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참여민주주의는 철저히 개인주의적 토대에 의한 계약론으로 반공리주의적 성향을 갖는다.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아니라 각 개인의 주권적 효용판단이다. 사회계약론에서 국가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은 자유를 제한하는 정치적 질서가 피지배자의 자발적 자기제한에서 비롯된다는 것에 토대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는 절대적인 자유끼리 해결책없이 투쟁만 벌이는 자연상태를 벗어나, 공존을 보장하는 정치질서를 세우는 게 모든 개인의 자기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그 역할이 드러난다.

국가는 이제 필요한 개인들의 자유제한은 오직 상호성이라는 합리성의 조건 하에서만 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상호성의 합리적 조건은 자연상태의 개인들이 서로서로 자연상태의 자유를 포기하고 정치적으로 복종할 책임을 지게되는 계약을 토대로 해서만 가능하다.

이렇게 사회협약(cooperative governance)이 중요한 것은 사회계약에서와 같이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우선시하는 자연상태적 입장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줄 공존상태로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이해관계와 주장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협력 파트너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회협약은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갈등(자연상태)을 전제로 하여 각자의 실제적 이익이 협약의 성립과 준수(국가상태)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기적 개인을 출발점으로 하는 사회계약으로서 사회협약의 근본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부안 지방의 핵폐기장 설치문제를 둘러싼 지역간의 갈등 등은 결코 부당한 요구라고 할 수 없다.

그간의 지역 정책결정과정의 실패원인을 무엇보다도 사회협약의 투명성의 결여와 지역주민의 참여배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투명성은 사회협약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상호신뢰를 위해 요구되며, 주민참여는 주민들이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충분하게 파악하고 이를 문제해결의 과정에 반영함으로써 자발적인 자기구속으로서의 협약준수를 담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은 오직 주민들의 배제가 아닌 참여를 통해서만 그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시도로써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시민합의회의’의 방식은 참여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시민합의회의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전문가들의 깊이있는 설명을 듣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스스로 정책의 방향을 내놓은 것은 참여민주주의의 중요한 실험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례는 일반시민들이 합의회의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협약 파트너와 대화와 협상을 수행할 역량을 갖출 수 있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지역주의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협약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은 모델로 여겨진다.

/노 태 구 경기대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