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한해도 어느덧 세모(歲暮) 분위기다. 지인들과의 송년모임 등으로 들뜬 마음으로 보내기 쉽지만 이맘때면 더욱 돌봐야 하는 것이 주위의 소외된 이웃이다. 올 연말에도 각계에서 불우이웃돕기 운동이 한창이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사랑의 체감온도탑’이 설치되었고, 거리에는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올해는 경기침체에 따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웃이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캠페인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들려와 다행이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기업들의 활발한 사회봉사활동이 눈에 띈다. 과거에는 거액의 현금이나 물품을 직접 지원하는 단순한 기부가 주를 이루었는데, 지금은 사랑의 연탄 나르기, 김장 담그기 등 임직원들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아졌고, 고객은 상품이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를 산다고 할 만큼 무형자산인 기업 이미지의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과 밀접히 연관되며, 사회적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美風)이다. 우리 조상들은 넉넉해서가 아니라,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이웃사랑을 실천하였다. 먼 데 사는 사촌보다 이웃에 사는 남이 더 가깝다는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려운 때일수록 다함께 힘을 합쳐 국난을 슬기롭게 헤쳐왔던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려야 할 때이다.
회사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적극 지원하여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한국토지공사의 경우 명절,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것 이외에도 사회봉사를 위한 동호회를 만들어 주말을 이용해 비인가 사회복지시설에서 장애인 목욕, 청소 등을 도와주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고 장애인 나들이 및 체육행사시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또한 한달 전에는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자전거 대회를 개최하여 모아진 성금으로 전동 휠체어를 구입, 비인가 지체 장애인 시설에 기증하였으며, 무의탁 치매노인 및 장애인 보호시설에 대한 생활지원, 사랑의 헌혈행사 개최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이웃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참여한 직원들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부행사가 등장하고 있다. 참가비가 기부금으로 쓰이는 마라톤 대회, 축의금의 1%를 기부하는 ‘아름다운 웨딩 1% 나눔운동’, 물건 살 때마다 쌓이는 마일리지 기부하기 등 쉽고 간단한 새로운 기부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구세군의 인터넷 자선냄비도 새롭게 운영중이다. 이제는 나눔의 실천은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한 것이 되었다. 부모들의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는 자녀들로 하여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연말연시만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자신과의 약속을 하여보자. 사람이 일생을 마친 뒤에 남는 것은 모은 것이 아니라 뿌린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는 전재산의 95%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였고, 이러한 기부문화는 미국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 나비의 날갯 짓이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킨다는 나비효과처럼 우리의 모여진 자그마한 나눔의 미덕이 훈훈한 인정 넘치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박영무 토지공사 경기지역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