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법의 무지로 인한 결과

2004년은 무엇보다도 법의 해였다고 하여야 할 것 같다. 대통령 탄핵과 신행정수도건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있었다. 그동안 다소 법을 무시해 온 정치권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점을 실감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필자는 토지수용이 수반되는 공익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도 과연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지 의문이 든다. 연유는 간단하다. 관련자들이 너무도 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은 사업시행자는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행정대집행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집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사업시행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인 경우에는 직접 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익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였다(법89조).

그런데 문제는 토지, 물건의 인도의무와 같은 비대체적 작위의무가 대집행의 대상이 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매점에 대한 점유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그 점유이전을 받는 데 있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의무는 그것을 강제적으로 실현함에 있어 직접적인 실력행사가 필요한 것이지 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어서 직접강제의 방법에 의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대집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고 있다(1998.10.23. 선고 97누 157).

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람이 실력으로 점유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행정대집행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법은 ‘의무’라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가지고 일반법인 행정대집행법에 의해 대집행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토지·건물의 인도의무’를 법이 규정하였다고 확대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사료된다.

현실은 어떠한가.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업시행자는 위 법을 근거로 사람이 실력으로 점유를 하고 있는데도 대집행을 시도하고 있고, 이에 대항하면 경찰이 나와 공무집행방해로 입건을 하니 이거야 원 법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법의 대집행 허용조항은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사업시행자는 손쉬운(대집행은 용역이 가능하므로) 대집행을 고집하는 것이고, 법을 잘 모르는 수사기관은 이에 협조를 하는 것이다.

차제에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법을 명확히 개정하여야 할 것이고, 그때까지 사업시행자는 대집행보다는 민사소송으로 목적을 달성하여야 할 것이고, 수사기관은 위법한 대집행에 협조를 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김 은 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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