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하면 웬지 감추고 싶고 공개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경제수준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 섰으면서도 문화수준을 보면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 수준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화장실 문화는 그나라 국민 문화 수준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 공중 화장실이 우리 집 보다 좋다? 반딧불이 화장실을 설계 완공 후 여론을 듣고자 택시 기사들에게 물은 적이 있다. “시장이 미쳤나보다. 시민들의 세금을 걷어 그 많은 돈을 들여 호화 화장실을 짓다니….” 선뜻 “내가 설계한 겁니다”라고 말하기가 거북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그들의 공공 시설물은 자기 집보다 훨씬 좋다. 나 자신보다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그런 사고로 인해 여러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모두 호화시설이다.
내 생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데 시설이 공중 화장실에 웬말이냐고 하지만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간에 함께 공유하는 문화. 그것이 아주 작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화장실 문화라는 말이 나온지는 얼마 안된다. 88올림픽 당시 취약하던 화장실 시설개선 등이 이루어졌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화장실 문화는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수원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광교산 입구에 있는 반딧불이 화장실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대상을 안으면서 TV를 비롯한 세계 유수한 언론에 소개되고, 이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투어 화장실 개선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 이후 수원시에서는 계속 수준 높은 화장실들을 많이 건설하여 이제 수원시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뿐 아니라 화장실 또한 국제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한 단체장의 의지와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화장실 문화라는 어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고 수원시는 또 하나의 문화유산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도 쾌적한 환경의 화장실을 볼 수 있다. 얼마전 훈련병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잘못하였다 하여 오물을 입에 넣게한 엽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세상은 발 빠르게 변화하는데 군부대 화장실 문화는 여전히 후진을 면치 못하는것 같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달려가 젊은 장병들의 화장실을 설계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제는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어 가는것도 중요 하지만 꾸준한 관리 문제가 남아 있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과 내것이 아니라는 생각들은 모두 버리고 문화국민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자.
/김 동 훈 건축가협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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