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건축사(建築士)와 설계사(?)

요즘 드라마나 주변에서 건축사를 설계사라고 잘못 칭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사란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5년 이상 실무경험을 쌓고,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하여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물론 공고 건축과를 졸업하고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쌓아도 응시할 수 있다. 다른 전문직종의 경우처럼 대학을 졸업할 때 쯤 시행하는 국가고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는 충분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설계에 임하여야 한다는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만약 설계가 잘못되어 대형 건물이 무너진다면 수백, 수천 명의 목숨을 단숨에 잃을 수 있다.

집을 짓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에 하나가 건축 설계이다. 이 설계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건축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건축사 사무소를 개소한 자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집을 짓기 위해서 왕왕 건설 회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건설 회사의 안내로 건축사에게 설계를 의뢰해 집을 지을 수는 있겠지만 건설 회사에서 직접 설계를 하여 집을 지을 수는 없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건축주 자신이 건축사와 직접 상담하여 본인이 원하는 설계를 한 다음 건실한 건설회사에 의뢰해 시공을 하는 것이다.

건축사는 설계한 도면대로 건설회사가 제대로 시공하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건축주 편에서 이렇게 지도 감독하는 것을 감리라 하는데 이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설계를 하였다 해도 그대로 시공이 되지 않으면 모두가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축사는 설계와 감리활동을 통하여 건설회사와의 견제와 균형 속에 건축주 입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 건설회사에서도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설계를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모두가 전문화되고 세분화 되어 가는데, 무슨 이유에서일까? 설계와 시공을 한 조직에서 모두 한다면 과연 좋은 건축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집단에 불리한 사안이 발생하면 머리띠를 매고 정부종합청사 앞마당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법이 나오기 전에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공직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건축사 협회에서도 설계사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많은 홍보와 자질 향상에 힘써야 할 것이다.

/김 동 훈 한국건축가협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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