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정권 브랜드로 삼고 있는 지역균형 발전이 처음 대두되었을 때, 경기도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당장 경기도 내에도 낙후 지역이 있는데 수도권이라는 이름 하에 경기도 전 지역의 발목이 잡히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경기도에 있는 농촌지역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의미로 부각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 사업이나 농촌 체험 마을 등의 도농교류를 통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지역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막상 농촌 개발을 위해 투자를 하려고 하면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예컨대 농촌 지역에 문화를 보급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음악회를 열면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회를 열면서 수건이나 기념품을 주면 다음에는 아예 기념품을 받기 위해 온다. 공연의 질을 높이려는 예술가와 일단 정부 지원 사업으로 하는 사업이기에 사람을 모아야 한다는 기획사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누군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기 자본을 투자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형평이라는 이름 하에 단체별로 조금씩 보조금을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5백만원 짜리 10개의 사업이 나열되지만 정말 수준 높은 5천만원 짜리 사업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주관 단체의 이름은 다르지만 내용은 유사한 이벤트가 나열된다. 지역 청소년 사업을 여러 단체에게 나누어주다 보면, 유사한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만 여러 번 하게 된다. 한 여학생이 각 단체가 주관하는 대회를 돌아다니면서 일등을 독식했다는 이야기도 지역에서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농림부가 지역 당 70억원씩 지원하겠다는 농촌마을 종합계획의 경우도 경기도에 양평, 이천, 안성, 연천 등이 선정되었으나 아직 지역에서 토착된 계획을 선정하기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자칫 도시 흉내 내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역의 잠재력을 키우는 장기적인 관점보다는 누구네 앞마당에 집중 투자되지 않을까 경계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차라리 해당 지역 주민에게 현금으로 나누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자조 담긴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사업들이 너무 단기적으로 결정된다. 행정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은 한번 잘못 설계되면 사후에 유지 관리하거나 복원하는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루는 것을 많이 보아 왔다. 돈은 주되 간섭하지 말고, 지역의 학습이 이루어질 때 까지 자금 집행의 여유를 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 지도자를 육성하고 주민과 정부 그리고 전문가가 모여서 함께 토론하고 학습하는 모임이 더 중요하다. 성남시가 안성시나 광주시 지역 주민들과 연계된 사업을 하는 등 지역을 넘어서는 사고의 발상이 필요하기도 하다.
종전에 천수답(天水沓)이 있었다. 하늘이 주는 비에만 의존하는 영농이었다. 지역 개발이 자칫 정부답(政府沓)이 될 우려가 있다. 정부에 대한 의존만 강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자생적인 노력이 유발되지 않는 지원은 결코 성공할 수 없지만, 정부의 초기 투자 없이 무엇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딜레마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종전과 다른 시각에서 지원의 조건과 정책의 설계를 구상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농촌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구축하는 것이 도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시기이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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