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독도문제, 기록하는 습관이 핵심

일본과의 마찰과 갈등이 다시 일어났다. 특히 이번 독도문제는 영토와 관련된 것이어서 과거사를 부정하는 교과서 문제보다 더욱 심각하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영토를 빼앗긴다는 것은 다시 식민지배를 받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대개 한·일간 갈등문제는 한 정치인이나 단체의 주장에서 시작되는 일본의 문제제기와 우리 국민과 정부의 대응, 그리고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투적인 수순이었다.

문제제기와 대응주체가 구분된 일본의 역할분담 시나리오는 우리나라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고단의 수이다. 대응을 하지 않으려니 인정을 하는 셈이 되고, 대응을 하자니 국가가 개인을 상대하는 우습고 애매한 상황을 만들면서, 일본의 개인적 발언은 사적 사실로 근거를 남기는 방식이 일본의 속셈인 것이다.

이번 독도 문제에서도 일본 정부는 “현(懸)의 일을 중앙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표명을 통해 문제를 확산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응이 강해지자, 총리와 외무장관 등이 나서서 국제사법재판소 등을 언급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은근히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사고와 행동양식은 우리나라와의 문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문에서도 적용된다.

몇년전, 20여 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분과회의를 구성하여 전국 세미나가 조직되었던 일본의 한 학술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각 분과회의별로 관련주제들이 지난 1년 동안 일본 사회에서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한 통계나 언론에 보도된 큰 사건정보에 대한 분석보고를 공유한 후, 각자 준비한 학술발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동일 주제나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축적하는 방식을 장기간 해왔다면, 그 분야에 축적된 정보내용의 양과 질의 전문성은 무시 못할 잠재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도 일본이 독도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로 함께 가자고 주장하는 것에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기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이른 바 ‘조용한 외교’의 입장을 취하여왔다. 일본이 의도하는 상황으로 끌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굳이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전략을 취해 왔지만, 이제 조용한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하다.

일본이 거의 매년 독도에 대해 시비를 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스스로 근거를 계속 만들어 내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 활용하려는 속셈 이상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실효적으로 사람이 거주한다 하더라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표시나 기록이 없는데도, 지금처럼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만큼 우리 선조들이 각종 지도나 서적에 기록을 남겨둔 것은 후손들에게 남겨준 보배인 셈이다.

새로운 대일 독트린 선언과 대통령의 담화, 민간인 독도방문 허용 등 이번 독도문제에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일단 외면상으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명분과 실리가 확실하도록 이번 일을 기점으로 이제는 일본이 제기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대응을 하며 적극적으로 근거를 남겨두고 확보하여야 한다.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에서도 각자 기록을 찾고, 분석하여, 조직화하여 활용하는 일을 사소한 일에서부터 습관화하여야 한다. 정보는 축적되는 것이고, 축적된 정보를 짜 맞추면 훌륭한 줄거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기록을 주었듯이, 우리도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겨주어야 한다. 독도문제의 해결책을 일본인들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 하나의 희극이다.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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