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밀라노국제가구전’에 들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겉모습만 꾸미고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철학과 문화가 녹아있는 디자인이 생명이라는 말이다.
21세기는 디자인과 브랜드가 바로 경쟁력인 시대다.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이 그럴진대 사람의 감성을 다루는 관광산업에서는 오죽하겠는가. 관광기념품은 오래 간직하며 여행의 추억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난 후 재방문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광산업에서 이 분야의 발달은 참으로 더디다. 어떻게 해야 관광기념품산업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까.
첫째, 전략적인 상품기획이다. 무엇보다 상품개발 시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은 실구매자의 욕구이다. 실구매자인 외래 관광객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현대적 감각을 살리면서 저렴하고도 실용성이 있는 기념품을 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관광기념품을 공예품·토산품·민예품 등으로 한정하면서 관광객이 구매하고픈 다양하고 세련된 상품을 개발하지 못했다. 세계인이 좋아할만한 고품질의 상품을 발굴해 좋은 디자인으로 덧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기념품업계 종사자들의 의식도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들은 판매원들의 언어 소통 문제보다도 친절도를 더 중시했다. 그러므로 판매종사자들에게 기념품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친절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이다. 프랑스의 에펠탑, 독일의 맥주, 스페인의 투우. 관광선진국에는 나라 이름만으로도 떠오르는 상징물이 있다. 바로 이러한 상징물들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렇다할 대표 브랜드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브랜드로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평화와 생태의 보고로 재 평가받고 있는 ‘DMZ’, 세계도자의 메카인 이천·여주·광주의 도자벨트는 어떨까. 외래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철학과 문화를 발신하고 끊임없이 추억과 재방문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는 도처에 널려 있다.
이제 이들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을 만들고 세계인과 교감하는 소통의 끈을 엮을 차례다. 그 첫 시도는 관광기념품의 세계화이다. 최근 경기도는 관광기념품의 세계화를 위해 ‘세계 관광기념품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그 밑그림을 그렸다. 이런 면에서 ‘2005 경기방문의 해’는 우리나라 관광기념품과 브랜드산업을 선도, 육성하는 일대 전기가 될 것이다.
/신 현 태 경기관광공사 사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