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고령화 사회, 농촌이 대안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는 매우 빠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를 넘게 되면 노령화 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7%를 넘어, 2004년에는 8.7%로 늘어났다.

또한 0~1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노령화 지수의 변화속도는 우리 사회의 저 출산 경향에 따라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에 11.2%였던 노령화 지수는 1995년에 25.2%, 2005년에 47.4%이고, 2010년에는 66.8%, 2050년에는 무려 415.7%로 예측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노년층의 비율이 많아진다는 것은 경제활동인구(14~64세)의 노인부양비 부담이나 노인복지에 대한 국가의 부담이 높아져 자칫 국가 전체의 생산력이 저하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오래 산다는 것은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실제로 65세가 넘는 분들의 육체적인 건강이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정년 연령이 너무 이르지 않은가 할 정도로 왕성한 정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노인계층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히 제기된다. 다른 한편으로, 노인들은 일상적으로 소일거리가 부족하고, 심리적으로 소외감이 많고, 소득이 일정치 않다는 문제점들이 제기되기도 한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일상생활에서의 노인문제의 현상적 모습이나, 이에 대한 대처 방안들은 개별 노인층의 상대적인 차이의 문제로 접근될 수도 있지만,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이 처한 역설적인 상황은 지적되어야 한다.

2004년 현재 농촌의 65세 이상 노인비율은 15.6%로서, 도시의 6.7%보다 무려 2배나 더 높다.

해야 할 일이 많아, 힘들어서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것이 농촌 노인들이라면, 도시 노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부족하여 반강제로 쉬는 셈이 되고 있다.

더욱이 농촌 노인들은 어느 면에서 국민 전체에 대한 의무감이나 봉사정신으로 일을 한다고 할 정도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 생산과 관련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생활환경의 질, 그리고 종사하는 일의 성격 등의 관계를 고려할 때, 노인복지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은 도시가 아니라 농촌에 두었어야 한다.

최근 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농촌 자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고, 노인계층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고려되고 있다.

농촌의 일은 그 속성상 연중 자신의 숙련도 수준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고, 그 대부분의 일거리가 주민들과 함께 이루어지고, 그 활동의 결과로 최소한의 소득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농촌의 내생적 자원과 공익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노인들이 발굴, 가공, 활용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에서 금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촌건강 장수마을 만들기 운동’은 노인들이 집합적으로 스스로의 삶의 모습을 재형성하는 모델 사업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

각 지역사회가 처한 환경과 자원을 고려하여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하여 자조적으로 실시하는 농촌건강 장수마을 만들기 사업은 마을 노인들이 함께 하는 집합적 활동이고, 노인들이 사업의 주체이자 객체가 되는 자조적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고, 자신들의 숙련도 수준에 맞는 활동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고, 마을 간 경쟁보다는 참여도와 만족도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과 차별성을 갖는다.

노후의 삶을 어떻게 대비하여야 할 것인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단 며칠이라도 농촌에서 체험활동을 해보자.

/ 고 순 철 협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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