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 셋째 아이는 참 천덕꾸러기였다. 의료보험도 안 되고 각종 수당 및 학자금 혜택도 없이 어쩌다 실수로 태어난 아이 취급을 받았다. 그 뿐이랴. 아이가 셋이라 하면 국가 정책에 반하는 비 애국자에,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던 때가 엊그제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뒤인 오늘날, 저 출산으로 인한 우리나라 인구 문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들은 못 느낄 수 있지만 정부나, 언론에서 호들갑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닐 만큼 진짜 심각한 문제이다.
‘세계인구의 날’을 맞이해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 인구현황’에 의하면 노동이 가능한 생산 인구는 2016년을 고비로 점차 줄어 2050년이 되면 절반에 불과할 거라고 추정했고 특히 경제 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세 연령층은 2007년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감소는 이미 다양한 영역의 정책 방향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이슈화 된 것부터 몇가지 만 살펴보아도 초등학교 교사 정원 문제, 택지 개발 지역의 학교부지 문제, 산업구조조정, 노동 정책 문제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가까운 일본은 우리보다 10여년 전 인구증가율이 1.57로 감소하면서 출산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엔젤 플랜)과 고령화되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골드플랜 등과 같은 국가 정책을 수립·시행하였다. 그 후 시행 과정을 분석 평가해 지속적으로 정책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관련,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지원책을 내 놓고는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여성의 한 사람으로 코웃음이 나온다. 중앙 정부도 그렇지만 각 지자체가 내놓는 정책이라는 것이 정책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과연 지방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몇 명이나 더 계획에 없는 아이를 낳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저출산 문제 및 인구 고령화에 대한 답은 커다란 틀의 가족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가족 정책은 여타의 복지 정책과 마찬가지로 요보호 가족을 지원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가족정책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는 각 대상의 개별적 정책은 물론 가족을 포괄하는 정책으로 이 틀 속에서 저 출산 및 고령화 문제를 바라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저출산 및 고령화와 관련하여 국회에서 제정 및 개정이 추진되는 몇몇 법안에 대해 여성계가 반대하는 이유도 가족의 틀 속에서 이뤄지는 문제를 각각 개별화로 보거나 도리어 가족 문제를 악화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기도의 한 지방 신문 보도에 의하면 저출산 문제를 두고 가족여성정책국과 보건복지국이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물론 과거 ‘과출산 사회’의 인구 억제 정책이 주로 보건복지부 정책 기조 속에서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현재 저출산으로 인한 위기는 그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금의 저 출산 문제 해결은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포함하는 가족 정책에 바탕을 두고 포괄적인 국가 정책으로, 그리고 지방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통합적인 접근을 할 때 그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가족 정책은 지금처럼 이혼이나 억지로 막고, 다른 제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지원 가능한 요보호 가족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건강 가족이라는 이름을 통해 가부장 문화로 회귀하면서 효라는 굴레를 통해 여성의 역할을 강제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경기도가 올 한해 가족 정책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고 도정을 펼칠거라면 당연히 그 중심에 가족여성정책국이 있어야 하고 가족여성정책국은 가족정책을 통해 저출산, 고령화 등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당면한 문제를 중심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ㅁ 수원가족지원센터 소장
한 옥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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