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지 절약’으로 고유가 시대 극복

한동안 진정세를 보이던 국제 원유값이 다시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몇몇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어 내수침체, 환율하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국내 유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 9일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55달러를 넘어섰다. 중요한 것은 올 1월까지만해도 37.97달러였던 배럴당 가격이 6개월만에 17달러나 급등했다.

유가가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아시아 경제가 침체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를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가 내놓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가 지난주 배럴당 60달러 이상의 기록적인 수준까지 상승한 고유가로 인한 고통을 곧 겪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주요 징후라고 한다.

유가의 상승은 에너지소비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에 매우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제조업체 원가는 0.7% 상승하고 소비자 물가는 0.17%상승 압력을 받는다. 우리 경제는 국제수지 악화 및 물가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가상승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에너지 소비의 현주소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는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력소비는 세계 12위, 석유소비는 세계 7위 그리고 석유의존도는 세계 1위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에너지의 과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해 496억달러라는 귀한 외화를 산유국들에게 바칠 수밖에 없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이유는 에너지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 때문이다. 에너지 다소비업종 비중은 한국이 26.3%로 독일 21.8%, 일본 20.4%, 미국 18.6%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비용으로 사용한 496억달러는 우리나라의 양대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금액을 합한 것과 같은 금액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에너지비용으로 아깝게 쓰여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현대사 이후 유가상승이 경제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주기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겪어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에너지의 공급측면에서는 해외유전개발, 대체에너지개발 등과 같은 에너지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겠다.

그렇다면 에너지사용의 부문별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전체 에너지소비의 56%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절약형 공정개발을 통한 에너지절감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노후 보일러나 요·로의 개체와 전동기의 고효율화 등이 필요하다. 일례로 현재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며 총 전력의 60% 가량을 소비하고 있는 전동기를 고효율전동기로 교체하면 일반 전동기를 사용할 때보다 약 6.5% 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전체 에너지소비의 21%를 차지하고 있는 가정·상업도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나 대기전력을 현저하게 감소시킨 에너지절약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구입해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전체 에너지소비의 20.8%를 차지하고 있는 수송부문도 60~80㎞/h의 경제속도 준수 등 경제운전법을 준수하는 운전습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까운 거리는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절약은 미래의 인류를 위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또한 에너지절약은 생각보다 어렵거나 거창한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아니다. 에너지위기 극복은 손쉽고 작은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 상 순 에너지관리공단 경기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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