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남북이 하나가 되어야 하니까’

남북관계가 때로 경색되는 듯하지만 끊어질 듯 교류는 지속되어 가는 법이다.

필자는 지난 8월 초 하얼빈에서 북의 컴퓨터정보학자들과 세미나를 그리고 지난 주 금강산에서 방송관계자들과 토론회를 갖고 왔다. 북측 사람을 만나면 처음에는 어색해 말을 삼가지만 세미나가 끝나면 자연스레 식탁에 앉아 술도 마시며 사회와 세계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북쪽에서는 혹시 남쪽이 미국의 압제를 받는다고 여기겠지만 우리는 그보다도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외국자본이 막 밀고 들어오지요. 가령 국제투기자본인 소버린이란 회사는 우리의 SK기업 사냥을 해서 8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는 세금도 안내고 나가버렸죠.”

“서양아들이 장난질 친 거 아닙니까?”

“그런 면이 있지요.”

“그런 사람들을 왜 받아들였습니까?”

“가령 우리가 학교 가는데 때리는 선생이 있다고 학교에 안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

“매를 맞으면서도 학교에 가야 하듯 서양의 금융기법을 배워 GDP 만4천 달러를 만5천, 6천으로 올려야지요. 그게 싫다고 배척하면 만 2천, 만으로 떨어질 텐데요. 그런데 사실 이보다 무서운 건 중국입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나타나듯 중국은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없애려 하지 않습니까.”

“중국은 무서운 나라지요. 타민족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땅덩어리를 키워 왔거든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중국이 우리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데 묵시적으로 합의를 이루는 느낌이 들었다.

“제가 몇 년 전에 남쪽에서 트랙터, 즉 뜨락또르 공장에 산업시찰을 간 적이 있거든요. 부품의 국산화가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그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부품 산업이 잘 발달돼 있나요?”

“부품은 중국이나 일본 가릴 것 없이 어느 나라 것이든 싼 걸 사오면 된다는 거죠.”

간접적으로 세계화 그리고 개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예를 들고 싶었다. 금강산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이 토론의 주제가 되다보니 북의 프로그램과 남의 프로그램을 비교하는 시간에 서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용필 콘서트의 반응이 어땠습니까?”

“남측의 요란한 장비나 스피커, 눈부신 조명 등이 볼거리는 되겠지만 불분명한 가사며,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 노래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쪽에서 방송된 우리 프로그램은 어떻습니까?” 한 남측의 피디가 말했다.

“조금 이념적인 것 같은데 다양성이 부족하지 않은가 싶습니다만…”

다양성이란 남에서는 일주일에 5개 채널에서 30여개의 드라마를 쏟아내고 일년에 70여 국산 영화에 수입영화까지 수백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양적 다양성을 들 수 있는데 자연히 수용자들이 교훈적인 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고르게 되지 않겠느냐는 원론적인 설명을 했다.

혹시 우리 가수가 북에 가서 공연할 때도 그 가수가 북의 정서에 맞는 가수라기보다 한국에서 유명하니 당신들도 들어보시오, 하는 대남 과시용 행사가 아니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윤도현이 북에 가서 ‘오 필승 코리아’라는 가사를 야외나 운동장이 아닌 무대 위에서 몇 번씩이나 반복하는 경우 그게 대중가요인지 응원 구호인지를 의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조심스레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들은 여러 난관 속에서도 이어질 것이라 여겨진다. 남과 북이 다시 하나가 되리라 서로 기대하고 있으니까. 다만 조금 더 상대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배려가 따라야 할 것이다. 북이나 남이나 자존심이 상처받는 것은 참지 못하는 민족이 아닌가.

/김 광 옥

수원대언론정보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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